李게이트 수사 강팀이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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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태정 전 법무장관의 사직동팀 보고서 유출사건, 한보 비리, 임창열 지사 수뢰사건, 화성 연쇄살인, 초원복집 사건, 인천 세도(稅盜)사건 등 초대형 검찰 수사의 주역들. '명예와 신뢰 회복'을 선언한 이명재(明載)검찰의 명운(命運)을 쥔 '이용호 게이트' 파생 의혹 수사진의 면면들이다.

대검 중수부(金鍾彬검사장)는 31일 차정일 특별검사팀이 수사 기한과 범위의 벽에 부닥쳐 검찰로 넘긴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와 김성환 서울음악방송 회장 관련 의혹 수사를 위해 41명의 전담 수사팀을 구성, 1일부터 본격 수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막강 '드림팀'이라고 할 만큼 수사진의 경력은 화려하다. 그들은 또 과거에 주요 사건들을 처리하며 확실한 의지와 치밀성을 보여줘 이번 수사에도 기대를 걸게 한다.

이들에게 부여된 핵심 임무는 김성환씨가 차명계좌로 관리해온 90여억원의 정체와 아태재단, 대통령 아들 김홍업(金弘業)씨 등의 관련 여부 규명. 검찰 주변에선 "이들의 능력과 자세로 볼 때 또 한차례 일을 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사를 진두지휘할 金검사장은 1999년 중수부 수사기획관 시절 한나라당 세풍(稅風)사건 수사를 이끌며 정치권을 뒤흔든 인물. 수원지검 강력부장 재직시에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 해결을 위해 국내 최초로 유전자 감식 기법을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수사 계획·조정은 박만(朴滿)중수부 수사기획관이 맡았다. 대검 감찰과장 당시 옷로비 의혹사건과 관련해 사직동팀 보고서 유출 혐의를 받은 김태정 전 검찰총장을 전격 구속했고, 지난해 이용호씨 비호 검찰 간부 조사를 했던 특별감찰본부에 참여했다. 92년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 때 검찰총장 출신으로 법무장관을 지낸 김기춘씨를 조사하는 등 중요한 수사 때마다 기용돼 깔끔한 일처리로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수사 실무 책임자로 선정된 김진태(金鎭太)중수 2과장은 중수부 검사 시절 노태우 전 대통령, 엄삼탁 전 병무청장 등 거물급 인사를 구속했다. 최근엔 임창열 경기도지사를 기소해 대법원의 유죄판결까지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보그룹 수사 때 정태수 회장이 그의 끈질긴 설득에 감복해 "이 사람이면 내가 입을 열겠다"며 자신이 금품을 제공한 33명의 정·관계 인사를 실토한 일화가 있다.

함께 실무 책임을 맡은 이재원(載沅)중수 3과장 역시 인천지검 근무 시절 세도 사건을 파헤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특수통. 조용하고 차분한 성품이지만 의혹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여기에 아이스하키 특기생 비리를 적발했던 박성재(朴性載)대검 감찰연구관, 김대호(金大鎬)서울지검 남부지청 부부장, 김수목(金壽穆)광주지검 부부장, 금태섭(琴泰燮)인천지검 검사와 대검 연구관 3명 등 특수수사 전문 검사들이 합류했다.

또 김영준(金榮俊)D금고 실 소유주를 체포하는 등 주요 인물 추적에 공을 세운 경찰관 4명 등 특검팀 참여 공무원 상당수도 대검 드림팀에 포함됐다.

이같은 인선을 두고 검찰 내에선 "지휘부에서 말단 실무자까지 모두 성실한 원칙주의자로 구성됐다"며 "두차례의 이용호씨 수사에서 구긴 검찰 체면을 살려줄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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