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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돌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미국의 부유층이 역외 은행계좌를 이용해 세금을 회피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런 행태에 대한 미 국세청(IRS)의 조사가 강화될 전망이다.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26일 케이맨군도 등 카리브해 연안의 조세 피난처에 예금계좌를 개설하고, 돈은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미국 내에서 빼쓰는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한 사람이 1백만~2백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IRS가 추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스터카드 사용자 중 23만명이 이같은 식으로 세금을 회피했으며, 비자카드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카드 등 다른 카드 사용자까지 합칠 경우 그 숫자가 이 정도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 부유층의 역외 예금규모가 3조달러(약 4천조원)에 이른다며, 이를 이용한 탈세액이 연간 7백억달러(약 94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관련 인물들은 주로 기업 경영자와 금융인을 비롯해 의사·변호사·연예인 등인데, 여기에는 KPMG·바클레이스 등 금융기관의 조언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미국 금융기관에 예금하지 않고, 이자소득세가 거의 없는 조세 피난처의 금융기관에 돈을 맡길 경우 그만큼의 세금을 탈루하게 된다. 이에 따라 IRS는 역외 예금계좌를 보유한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를 대폭 강화키로 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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