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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대 구 대표선수 '따로국밥'… 매운맛 강슛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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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불과 5~6㎞ 떨어진 곳에 '들안길'이라는 전국 최대 규모의 먹거리 타운이 있다.

수성 전화국에서 두산 오거리로 이어지는 대로변 2㎞구간 양쪽으로 2백여개의 음식점이 늘어서 있다. 그렇다고 분식점 스타일의 소규모 식당이 아니다. 대부분 매장 면적 1백평 이상의 깔끔한 대형 음식점이다. 주차시설도 수십대를 동시에 세울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갖추고 있다.

이곳의 음식점은 주로 한식. 불고기나 생고기를 취급하는 고깃집이 40여곳으로 가장 많으며 닭고기와 해물탕 전문집도 30여곳 있다. 일식당과 양식 레스토랑도 각각 20여곳이나 있다. 그러다 보니 "메뉴는 들안길에 가서 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없는 음식이 없는 곳'이 됐다.

음식 값도 비싼 편이 아니다. 1인분에 2천5백원하는 돼지갈비부터 일식 회정식도 3만원짜리면 훌륭한 상차림이 된다.

대구 토박이 권오섭씨는 "음식 값도 싸고 양도 넉넉해 들안길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들안길 번영회 문재신(수복초밥 대표) 회장은 "10여년 전에는 대여섯집에 불과했는데 도로·주차 사정이 좋은데다 지산동 아파트단지 등 주변이 급격히 개발되면서 대구의 먹거리 명소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흔히 대구의 음식은 맵고 짜다고 말한다. 그렇다. 대구의 음식들은 역시 맵고 짰다. 대구 음식의 대표선수인 따로국밥은 콧등에 땀이 맺힐 정도로 얼큰했고, 동인동 찜갈비도 고추와 마늘의 톡 쏘는 맛이 쇠고기를 압도했다.두가지 모두 먹고 나면 곧바로 물 한대접을 마셔야 밥상을 물릴 수 있었다.

다른 지방 사람들은 고급 재료라고 해서 맑은 국물로 즐겨먹는 복어도 복불고기라 하여 고추장양념에 구워 먹는다. 길거리 간식인 어묵도 간장 대신 특이하게 양념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대구는 지형학적으로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분지(盆地)입니다. 그러다보니 예부터 음식물에 소금과 고추를 많이 써 더위를 견디고 추위를 달랜 것이지요." 대구산업정보대학 식품영양학과 김명주 교수의 설명이다.

게다가 청송과 영양의 고추, 의성의 마늘 등 대구를 중심으로 고추와 마늘 주산지가 몰려 있다. 마늘이나 고추에 대한 부담이 작아 쓰는 양이 많아지니 매운맛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소박하고 서민적인 정서가 가미됐다. 쓸데없는 멋내기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이 지역 정서가 음식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 상다리가 휠 정도의 상차림보다는 밥 한그릇을 국에 말아 후루룩 먹어치우고 일터로 다시 향하는 것이 이 지역 음식의 기본개념이다.

맛이 강하면서도 소박한 따로국밥과 동인동 찜갈비가 바로 대구 음식의 '얼굴'이다.

◇대구 명물 따로국밥

이름대로 밥을 국에 말지 않고 각각 따로 준다고 해서 따로국밥이다. 대구가 지정한 향토 전통음식이며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대구지방 풍토와 기후에 가장 적절한 음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은 주로 한우의 사골뼈를 고은 물에 선지·무·파·우거지 등을 넣고 끓인 것. 고추기름이 둥둥 떠 맵고 얼큰한 맛이다.

중구 교동과 앞산 순환도로 주변에 전문 음식점 60여곳이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전문점이 아니더라도 시내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메뉴. 값은 한그릇에 3천~4천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전국적으로 소문난 곳도 많이 있으나 시민들의 입맛이 고급화하면서 차츰 쇠퇴하는 분위기다. 굳이 맛보려면 원조·유명세를 따지지 말고 잘 골라 한번정도 맛보기를 권한다.

◇정이 담긴 찜갈비

30여년 전 중구 동인동 뒷골목에서 시작돼 동인동 찜갈비로 통한다.1백여m도 채 안되는 골목 양쪽에 현재 12곳이 성업 중이다. 값은 1인분에 1만~1만5천원.

찜갈비라고 해서 서울식으로 예상하면 곤란하다. 우선 이 곳의 찜갈비는 찌그러진 노란 양은 그릇에 담겨 나온다. 고추를 듬뿍 써 색깔도 뻘겋고 마늘에다 생강도 범벅이다. 보기만 해도 매울 것이란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무교동 낙지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고기를 건져 먹고 양념에 밥을 비벼 먹는다. 서울식 갈비찜과 전혀 다른 분위기지만 매운 갈비찜 맛에 도전해 보는 것도 재미난 일이다.

대구=유지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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