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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치행정 : 지역 주요 현안들 주민 투표로 결정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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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방선거를 정책선거로-. 1991년 지방자치제가 다시 시작된 이후 '풀뿌리 민주주의'가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 지역 살림꾼을 뽑는 선거가 정치논리에 휘둘리고 세몰이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의 지방자치 현실과 개선 과제를 제시, 지방선거를 정책대결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공동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지방자치단체들은 민선 단체장 등장 이후 주민 만족과 효율 행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펼쳐왔다.

서비스 헌장을 제정하고 주민감사청구·행정정보공개제 등을 도입해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행정을 꾀하는 한편 개방형 직위제나 업무의 민간위탁 등을 통해 행정의 능률을 높이는 데 힘썼다.

그러나 지역 내 현안을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주민투표법 제정'이나 기초자치단체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말미암은 광역행정 시스템의 결여 등 지방자치의 기본이 되는 부분은 아직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시급한 주민투표법 제정=경기도 고양시의 러브호텔 건축 허용과 하남시의 국제환경박람회 운영 부실 등은 단체장의 일방적인 정책 수행을 견제할 수 있는 주민투표법이 있었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

지방자치법 제13조 제2항은 주민투표법의 근거만 규정했을 뿐 투표의 대상·발의요건·투표절차 등 세부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금창호 수석연구원은 "지방자치의 기본이념이 꽃피우기 위해선 주민 대표기관인 지방의회가 주민투표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을 조례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주민과 단체장·지방의회 등이 주민투표를 발의할 수 있도록 하되 ▶지방의원 3분의 2 이상이나▶유권자의 5~10% 정도의 서명을 받도록 하는 등 요건을 둬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복감사 개선=자치단체들은 국회·감사원·행정자치부·지방의회 등의 중복감사에 따른 업무 가중을 호소한다.

지난해 한 광역단체의 경우 감사원 9회(84일), 행정자치부 3회(10일), 도의회 1회(10일), 자체 11회(45일) 등 24차례의 감사를 받는 데 모두 1백49일을 소비했다. 행정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이같은 중복을 피하기 위해 현행 감사 시스템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자치단체 자체의 감사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자체 감사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단체장 산하의 기구가 아닌 독립성을 가진 감사위원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감사담당 부서장을 주민이 직선하거나 지방의회 선출, 단체장 지명 후 지방의회 동의 등의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자치단체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감사는 감사원이나 행정자치부로 일원화해야 한다. 이럴 경우 감사원은 업무량이 지나치게 늘어날 우려가 있고 행자부는 감사원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회계감사를, 행자부는 직무 감찰을 분담하는 방안을 고려해 봄직하다.

◇광역행정 효율성 제고=시·군과 달리 대도시에서는 잦은 이사나 경계가 불분명한 생활권으로 인해 자치구 단위의 애향심이나 공동체 의식이 희박하다.

또 여러 자치구가 관련된 도시계획이나 교통망 확충 사업 등이 구청장들의 비협조와 무관심으로 지연돼 행정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비효율적인 광역행정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 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실련 지방자치위원회 박완기 국장은 "일본은 문화·환경·복지분야 사업을 자치단체별로 추진하는 데 따른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1994년 광역연합제를 도입했다. 우리도 이같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역연합은 소속 자치단체로부터 일정 수준의 독립성을 유지하며 행정 업무를 추진·조정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갖는다.

광역연합이 세운 도시계획 등을 자치단체들이 지키지 않을 경우 강제 이행을 권고할 수도 있다.

정리=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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