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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족 여성은 왜 명기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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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건강백세’라는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방송국을 드나들 때 PD로부터 CF 촬영 때마다 ‘발이 예쁜 여자’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얼굴이 예쁜 여자는 많아도 발까지 예쁜 여자는 별로 없다는 뜻이었나 보다.

곽대희의 性칼럼

훌륭한 체구에 멋있는 하이힐을 신고 뚜벅뚜벅 걷는 미녀를 보는 것은 남자들로서 더없이 즐거운 일이다. 그런 미녀들은 흐뭇한 마음으로 남자들의 선망하는 시선을 받아들일 것이다.

여성의 발과 다리가 오래전부터 생식력의 심벌로 간주되어 왔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 미녀들의 기분이 어떻게 될까. 인류학 학자들은 여성의 발이 크면 성기도 크고 다산의 징후라는 믿음을 여러 부족이 가졌다고 말한다.

특히 스칸디나비아 쪽 사회에서는 발 사이즈가 곧 성기의 크기를 말한다는 미신을 굳게 믿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지방 출신 여성을 만났을 때 발이 크다는 표현은 절대적 금기사항으로 되어 있다.

근자에 여자의 발에 대한 이야기로 흔히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자주 입에 올랐던 것을 독자 여러분은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10여 년 전 그녀가 일본을 국빈 방문했을 때 상호 문화교류란 형식을 빌려 다다미가 깔린 일본식 전통요리 집에 초대받았던 일이 있었다. 그 당시 당황한 것은 신발을 벗어야 하는 다이애나비였다고 한다. 크고 무지막지하게 생긴 발을 내놓기가 싫었던 것이다.

작고 예쁜 발에 대한 관심은 중국인이 세계 제일이었다. 중국의 전족(纏足)은 그런 관념을 현실로 실천했다.

인간을 완구로 전락시킨 폐풍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 전족은 10세기께 이욱(李煜)이란 시인이 선낭(璿娘)이란 궁녀의 발을 명주로 압박해 두르고 황금 연꽃으로 장식된 무대에서 춤을 추게 한 것이 그 시초로 그렇게 발을 동여맨 여인의 걸음걸이가 마치 연못에 떠있는 연꽃 위를 걷는 것처럼 요염하다고 해서 순식간에 중국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여성의 성기 발육을 촉진시키고 애첩이 도망치는 것을 방지하는 또 다른 목적이 있었다.

현대의학 측면에서 말하면, 전족은 어린 시절 여성의 발을 묶고 억지로 작은 신발을 신겨서 후천적으로 발의 변형을 유도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렇게 하면 여인의 발은 성인이 되어도 10cm를 넘지 못한다.

그렇게 작은 발에다 거의 불구상태인 발가락으로는 큰 체중을 지탱할 수 없으므로 자연히 보행이 불안정해 기우뚱거리며 걷게 되는데, 이런 걸음걸이는 그 반대급부로 성기가 있는 회음부 근육을 발달시킨다. 바로 이런 메커니즘을 노리고 중국인들이 어린 소녀의 발을 동여매서 전족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여인의 발이 갸름하면서도 작은 것은 고귀한 신분을 상징하고, 허리 부분을 단련시켜 성기 근육을 강철처럼 단단하게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는 중년 이상 남자들이 선호하는 여인상이었다.

전족의 에로티시즘은 중국의 고소설 『금병매(金甁梅)』에도 잘 나타나 있다. 전족에 입 맞추고 발가락을 빨거나 깨물고 그 잔여물을 삼키는 등 10여 종의 애무 방법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완(玩)과 농(弄)이라고 하는 족음(足淫)은 중국인 특유의 성희롱으로 세계인이 받아보고 싶어 하는 섹스 테크닉의 하나다. 그중에서 완은 전족한 양쪽 발바닥 사이에 페니스를 끼워 마찰시키는 테크닉이고 농은 그것을 겨드랑이나 유방에서 행하는 기교를 뜻한다.

전족한 발은 항시 규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발가락 끝에 꿀을 바르고 또한 진한 향수를 뿌려 멋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전족을 덮어씌우는 신발에는 금은 보석, 홍근, 연꽃이나 모란의 자수를 넣어 아름답고 화려하게 꾸몄다. 다시 말해 이 시대 중국 여성은 성기를 두 개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곽대희비뇨기과 원장

<이코노미스트 9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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