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없는 세상을 꿈꾸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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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교과서 하면 뭐가 떠오르니? 아이들에게 묻는다. 딱딱하다·지겹다·재미없다 같은 형용사들이 좌르륵 쏟아진다. 시험·성적·숙제·부담·싸구려 등의 명사들도 섞여 있다. 독자들은 어떠하신지. 교과서는 양서라 집에 고이 보관 중이신지요. 좋은 책은 몇 번을 읽어도 새롭다, 나는 고전인 교과서를 읽고 또 읽는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 어디 계신가요. 교과서를 아무나 만들면 되나, 그 분야 전문가인 대학 교수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야지! 그렇게 만든 교과서들이 공부하는 즐거움과 유익함을 가르쳐 주었다고 진정 확신하시나요.

지난 주 『살아 있는 한국사 교과서 1,2』(전국역사교사모임, 휴머니스트)가 발간됐다. 현장의 교사로서, 아니 학부모로서, 아니 국민으로서 대단히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우선 이 책은 현장의 교사들이 올바른 우리 교육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 준다. 학생들에게 살아 숨쉬는 한국사를 가르쳐 주고자 한 그들의 열정과 능력이 마냥 자랑스럽고 미덥다. 또한 컴퓨터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 1천5백여컷의 각종 시각 자료들을 끼워넣어 10대들이 책장을 넘기고 싶게 만든 점도 돋보인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를 비판하면서도 내심 우리 교과서를 숨기고 싶었던 국민으로서 역시 기쁠 뿐이다.

뜨거운 반응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벌써부터 현장의 교사들이 수업 소감들을 나누고 있고, 디지털 세대답게 교사보다 먼저 책을 본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교과서 대신 쓰자고 전자편지로 건의하고 있다고 한다. 대안 교과서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 더욱 마음 든든하다. 지난 해 전국국어교사모임이 펴낸 중학교용 대안 교과서 『우리 말 우리 글』(나라말)은 중학생들에게 국어 시간이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한지 실감케 한다. 지난 2월에 나온 고등학생을 위한 『우리말 우리글』은 한층 발전해 선진국의 국어 교과서를 능가할 정도다.

이 두 과목의 대안 교과서는 기존의 검인정 교과서 제도를 고집하고 있는 교육 정책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비판과 대안, 나아가 참다운 교육 개혁을 위한 실천이다. 모쪼록 모든 교과에서 훌륭한 대안 교과서들이 쏟아져 나오기를 바란다.

과거에 교과서를 태우고 찢고 버리고, 특히 삼켰던 분들, 꿈을 키워 주지 못했던 교실을 씁쓸하게 추억하는 분들은 이 대안 교과서들을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자신을 떠올리면 너무나 아쉽고 억울하겠지만,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기쁘고 기쁠 터.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퀴즈>

과학 교과서가 없다고 가정하자. 꼭 읽히면 좋은 책을 한권 이상 추천한다면? (다른 교과의 경우도 분야를 밝히고 책을 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주소·연락처와 함께 4월 3일까지 wisefree@dreamwiz.com으로 응모해주세요. 지난 번 당첨자 열두분께는 책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명단은 www.joins.com/et/book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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