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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 권리'법제화 추진 : 경실련 등 시민단체 연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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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요즘은 예산안을 짤 때 시민단체의 반응을 꼭 살핍니다."

'납세자의 날(3일)'을 맞아 시민단체들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한 기획예산처 간부의 '고백'이다.

납세자 운동 단체들이 관련 법제화를 벼르고 있다. 납세자 운동이란 세금의 납부자들, 즉 국민이 정부의 예산편성과 집행을 감시,국가재정의 운영을 투명케 하자는 활동.

납세자 소송법의 제정과 예산 편성과정에부터의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지자체 조례 도입 등 그동안의 주장들을 올해 안엔 기필코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열린 '납세자 대회'를 시작으로 양대 선거에서 후보들이 그 내용을 정책공약으로 삼도록 강력히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납세자 운동 단체들=국내 납세자 운동은 1998년부터 경실련·참여연대·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비교적 잘 알려진 시민단체들이 주도해 왔다.

이중 특히 98년 '납세자 권리 선언'을 발표해 국내 납세자 운동의 포문을 연 경실련은 대학교수·회계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산감시위원회를 운영하며 납세자 운동가를 배출하는 요람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

이어 참여연대는 2000년부터 30여개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지자체장의 판공비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시민행동도 문화개혁시민연대 등 40여개 시민단체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분야별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감시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여성·환경 등 특정 분야 예산 확충을 위한 활동에 돌입한 지역 단체들까지 합치면 납세자 운동 단체는 전국적으로 현재 수백개에 이른다.

◇짧은 기간 큰 성과=지난해 정부는 천년의 문 건립(8백38억원 규모)과 경기도 하남시 제2회 국제 환경박람회(1백86억원 규모) 등의 사업을 전면 백지화했다.

"쓸데없는 예산 낭비를 중단하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는 사실 시민행동의 '밑 빠진 독 상'수여가 큰 역할을 했다.이들 사업이 '밑빠진 독 상'을 수상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참여연대는 여론을 조성,6개월에 2만여원씩 부과되던 자동차면허세가 폐지되는 데 일조했다.

또 한국납세자연맹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1백여만명의 서명을 받아 벌이고 있는 자동차세 납부 불복운동은 지난해 8월 서울 행정법원에서 '위헌 가능성이 크다'는 위헌제청 판결을 받아내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연내 법제화 추진=국내 납세자 운동의 가장 큰 과제는 납세자의 권리를 법제화하는 것. 국내에는 아직 잘못된 예산 편성과 운영에 대해 공직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시민행동 오관영(吳寬英)예산감시국장은 "국회의 기능이 유명무실한 우리 나라에선 국민들의 참여만이 납세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납세자 대회에서 결의한 대로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연내에 관련 법의 통과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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