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우 계열사, 알짜회사로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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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을 겪었던 옛 대우 계열사의 경영이 속속 정상화되면서 '대우식 경영'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또 '대우맨'모임이 잦아진 가운데 최근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활동 반경도 주목거리다.

◆ 회사마다 실적 호전="대우조선해양은 2006년까지 2000억원을 투자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의 건조능력(8척)을 14척으로 늘린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란 정부에 내년 한 해 동안 쌍용자동차의 무쏘 1080대 1500만달러어치를 공급한다." "대우증권은 지난 10월 회사 신용등급 A 회복을 계기로 금융상품 판매가 급증(석달 동안 1조원)해 자산관리 수탁고가 7조원을 넘어섰다."

10일 하루 동안 옛 대우 관계사들이 쏟아낸 주요 실적발표 내용들이다. 근래 옛 대우 계열사들은 일주일이 멀다고 이런 낭보를 전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2000년 10여개사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공중분해됐다. 그러나 뼈를 깎는 회생노력으로 대규모 흑자를 내는 회사가 적지 않다. 옛 대우그룹 6개 제조 상장사들은 올 들어 3분기까지 15조1366억원의 매출과 78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알짜회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특히 올 인수합병(M&A) 장터에서의 인기브랜드는 '대우'였다. 대우종합기계는 7개 컨소시엄이 치열하게 경합한 끝에 두산중공업으로 넘어가게 됐다. 대우건설.대우정밀 등도 국내외에서 눈독을 들이는 회사다. 대우 부활의 일등공신은 물론 거액의 은행빚 탕감이다. 하지만 워크아웃 기업이 제대로 회생하는 비율이 절반 이하라는 점을 볼 때 '대우 모델'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분석도 나온다.

대우 관계자는 "튼튼한 글로벌 네트워크, 제조 핵심기술 보유, 진취적 사풍, 우수한 인재 등이 빚더미 회사를 되살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재론되는 '대우식 경영'=대우의 부활로 대우 인맥의 결속이 강해졌다. 아울러 김우중 전 회장의 활동재개설, 심지어 귀국설까지 나돈다.

대우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4월 처음 친목모임을 결성한 뒤 10월 20여명이 골프모임을 하는 등 만남이 잦아졌다. 이동호(대우자판).이태용(대우인터내셔널).양재신(대우종합기계).정성립(대우조선해양) 사장 등이 주요 멤버. 말이 친목모임이지 서로 물건을 사주거나 판매를 주선하는 등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세계경영'이념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연세대 김동재 교수는 "요즘에야 거대 신흥공업국가를 가리키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라는 말이 유행하지만 김 회장은 이미 10여년 전 미개척 시장의 가능성을 간파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료 등 비판론자들은 "대우가 요즘 뜨는 것이야말로 김 전 회장의 방만한 차입경영이 잘못됐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홍승일.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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