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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DVD의 충실한 부록은 영화 공부하는 이들에게 특히 반가운 선물이 된다. 감독이나 제작진이 전 작품을 함께 보며 장면 연출·촬영 에피소드 등을 전하는 '디렉터 코멘터리(director commentary)'는 최근에 제작된 영화에 주로 들어있다. 한글 자막 지원이 안되는 경우도 있지만, 번역이 의무화됐으므로 앞으로 나오는 DVD에서는 외국어 실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아이디어는 넘쳐나지만 돈이 없는 젊은 영화인들에게 케빈 스미스 감독의 1994년 작 '점원들(Clerks)'(18세 관람가·스펙트럼)을 권한다. 제작·각본·연출·출연을 도맡아한 스미스와 배우·스태프가 둘러 앉아 영화를 보며 촬영 뒷이야기를 풀어놓는 주석이 꽤 충실하기 때문이다. 영화 도입부의 만화를 그린 월터 플래너건이 5명의 단역 노릇을 한 에피소드, 감독의 어머니와 누이가 출연한 장면, 소화기를 휘두를 때 베이비 파우더를 대신 뿌렸다는 등 저예산 영화의 노하우를 즐겁게 회상한다.

또한 해피 엔드로 끝난 영화와 정반대의 마무리를 보여주는 '오리지널 컷(original cut)'은 영화 전체의 시각을 바꾸는 깜짝 경험이 될 것이다.

'점원들'은 '체이싱 아미'와 '도그마'로 먼저 국내에 이름을 알린 스미스의 감독 데뷔작이다. 부모와 형제·친구·이웃을 동원하여 찍은 2만7천달러짜리 영화 '점원들'은 선댄스 영화제 등에 출품되어 스미스의 톡톡 튀는 재능을 알렸다. 뉴저지의 한가한 주택가에 있는 편의점과 비디오 대여점에서 각기 일하는 단테(브라이언 오할란)와 랜덜(제프 앤더슨)의 하루를 수다스럽게 펼쳐놓은 흑백 영화다.

쉬지 않고 쏟아지는 대사 중 요즘의 금연 풍토에 어울릴 대사 하나. "언젠가는 죽기야 하겠지만, 뼈빠지게 번 돈까지 담배 사는 데 바쳐야하나. 담배는 나치와 같은 존재다." '체이싱 아미'와 '도그마'도 DVD로 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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