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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뇌는 비울수록 똑똑해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헬스코치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과유불급의 대명사, 뇌

대표적으로 과유불급인 내 몸의 장기가 있다면 바로 뇌이다. 즉 넘치면 모자람만 못한 대표적인 증상이 바로 건망증이다.

건망증이란 머릿속에 너무 많은 정보가 꽉 들어찬 채로 얼키고 설켜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도 이를 정리하거나 저장할 능력을 일시적으로 상실한 상태이다. 건망증은 오래 지속되면 더욱 심각한 뇌기능 저하를 야기할수 있다는 뇌의 대표적인 전조 증상이다.

뇌는 사용과 휴식의 사이클을 리드미컬하게 지켜주어야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수 있는 신묘한 기관이다. 너무 사용하지 않으면 뇌신경세포들간의 연결인 두뇌회로가 새로 형성되지 않으며 신경전달물질의 분비 또한 금새 둔화된다. 반대로 너무 지나치게 사용하면 과부하가 걸려 펑 터지기 일보직전의 상태가 된다.

문제는 현대인들이 뇌가 심심해 하거나 휴식할 틈을 주지 않는 뇌 과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휴대폰, TV 등을 통해 쏟아지는 정보들은 하루 종일 우리 뇌를 정보의 홍수 속에 노출시키고 이런 생활을 일주일내내 하다보면 뇌는 항상 과로상태이다. 특히 빨리빨리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 집집마다 컴퓨터가 필수적인 생활용품이 되고 컴퓨터보다 인터넷 접속이 더욱 편해진 스마트폰이 등장하는 세태로 말미암아 뇌 과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김씨가 만성피로증군에 빠진 이유

잘 나가는 중견기업의 과장 김씨는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이었다. 그는 부쩍 심해진 피로감으로 인해 업무효율이 떨어지면서 잔실수가 많아졌다. 그가 나를 찾기 직전에도 상사인 부장한테 불려가 크게 꾸지람을 들었다고 하였다.

그의 생활은 다른 직장인들처럼 잦은 야근과 회식, 마감 스트레스 등으로 다를바 없었지만 그에게서 유난히 두드러졌던 특징은 바로 휴대폰 중독증이었다.

그에게 휴대폰 중독증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이전에 해외여행을 갔을 때 휴대폰 로밍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요한 연락을 받지 않아 낭패를 본 이후부터였다. 휴가였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휴대폰 꺼짐은 상사에게 용납되지 않았다.

게다가 모든 스케쥴이나 주소록, 메모 등이 휴대폰에 다 입력되어 있다보니 가끔 휴대폰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그야말로 업무마비 상태에 빠졌다. 나하고 면담을 하는 중에도 휴대폰에 눈길이 수차례 갔다. 인터뷰 말미쯤 핸드폰 진동이 울리기 시작하는데 면담이라 받지 못하니 그 순간부터 안절부절 어쩔줄을 몰라하는 것이었다. 보다 못한 내가 우선 전화를 받으시고 편하게 면담하도록 배려하기까지 하였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메일에 들어가 자기에게 들어온 이메일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수시로 휴대폰을 통해 트위터나 문자보내기를 하고 있었다.

오히려 손가락압박증후군인 수근관증후군이 없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키보드 매니아인 셈이다. 그리고 업무가 조금 한가하다 싶으면 인터넷 포털을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정보수집에 여념이 없었다.

김씨의 하루는 정보에 의한, 정보를 위한, 정보의 일상이었다.

이런 정보 과다는 김씨의 육체적 과로 못지 않게 심각한 정신적 과로를 낳고 있었다. 하루종일 이런 저런 정보들이 머릿 속을 꽉 채우다 보니 머리는 확실히 심각한 정보 과잉에 의한 폭발 일보 직전이었고 결국은 정신적 에너지의 고갈을 가져오고 있었다. 내 몸 알기 검사 후 김씨에게 뇌를 비우는 훈련을 시켰다.

뇌를 비우는 법

-휴일 하루는 휴대폰과 컴퓨터를 꺼두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폰을 꺼놓으면 매우 불안해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영화관이나 비행기를 타고 멀리 여행중 일 때에 전화를 못받는다고 큰일이 생긴 적이 몇 번이나 있는가?

-가끔 전화가 오더라도 받지 말거나 서너번 이상 울린 다음 받아라. 전화가 오자마자 부리나케 전화를 받도록 조건화된 사람들이 많다. 이것은 성격적 조급성을 더 배가시킨다. 전화가 오면 서너번은 울린 다음 전화를 받도록 해라. 그리고 훈련을 위해 한 두번 전화를 받지 말고 다시 전화(콜백)하는 연습도 하라.

-복잡한 생각은 메모 후 서랍속에 넣어두어라. 정리가 되지 않는 생각을 끝까지 머릿 속에 담아두지 말라. 지금 해결되지 않는 사항은 메모 후 일단 잊어버리고 일정시간이 지난 다음 다시 꺼내어 시작하라. 의외의 묘안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일을 한번에 완벽하게 끝내려고 하지 말라.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잡아두고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한번 일의 줄거리를 잡고 다시 보강하는 것이 나을때가 있다.

-생각중지훈련을 하루에 10분 이상씩 하라. 10분은 아무 생각없이 머리를 비워라. 눕거나 의자에 편안하게 기대어서 하면 금상첨화이다.

-최고의 뇌비우기는 운동이다. 확실히 운동을 하면 머리쓰기는 중지된다. 하루 15분이상의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뇌과로 상태는 확실히 덜해진다.

훈련 1달후 김씨의 피로도는 확실하게 덜해졌다. 피로도가 덜해지면서 하루에 30분씩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처방하였고 이것은 그에게 보다 더 큰 활력을 가져다 주었다.

최상의 뇌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뇌를 비워라.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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