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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큰 '전투병' 법사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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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문제로 여야 '격돌의 장'이 돼버린 국회 법사위에 새 얼굴이 늘고 있다. 8일 회의장엔 열린우리당 김태년 의원이 앉아 있었다.

이날 법사위를 사임한 최용규 의원 자리였다. 지난 3일 여당의 보안법 폐지안 상정 시도가 있은 이래 법사위는 6명의 의원이 바뀌었다.

열린우리당에선 선병렬.우원식.송영길 의원이 천정배.이은영.이원영 의원을 대신해 들어왔다. 한나라당에선 김정훈.박승환 의원이 김성조.주호영 의원을 대신했다. 1주일 만에 위원장을 제외한 14명의 상임위원 중 절반에 가까운 위원이 바뀐 것이다.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일부 의원은 해외출장으로 교체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었지만, 여야 모두 보안법안과 관련한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목소리 큰'의원들로 교체한 것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4선의 한 중진의원은 "양당의 전투병들을 차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초선의원(6명 중 5명)들이 대거 들어오고 여당 원내대표와 여성의원 등이 빠졌다.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사무처 관계자는 "각 정당이 당리당략에 따라 상임위원을 사.보임한다면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축적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법률안의 체계.형식과 자구(字句)에 대해 심사권한을 가진 법사위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위원 교체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사.보임 남발을 막기 위해 새로 규정한 국회법 조항도 무색해졌다. 정기국회는 선임 후 30일 이내, 임시국회는 회기 중에 상임위를 옮길 수 없도록 했지만 이번 경우 정기국회가 9일로 끝나기 때문에 10일 이후의 새로운 회기에선 또다시 의원들의 '대거 이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회 관계자는 "상임위 변경금지를 '회기 단위'에서 '임기 내의 일정기간'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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