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李게이트' 청와대 정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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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5일 '이용호·이형택 게이트'를 '한국판 워터게이트'로 규정하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나섰다. 공세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차남 홍업(弘業)씨에게 집중됐다.
남경필 대변인은 "이기호(李起浩)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보물 매장 가능성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으므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국정원 보고서는 '보물이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며 "그렇다면 李전수석이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李전수석은 윗선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윗선이 누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南대변인은 "대통령"이라고 답변했다.
"만일 金대통령이 보고받았는데도 李전수석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한 정황까지 나온다면 국회 청문회감"이라는 말도 했다.
권철현(權哲賢)기획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한국의 워터게이트"라며 "(워터게이트 때)닉슨 미 대통령은 도청을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도청 사실을 보고받고도 은폐했기 때문에 하야(下野)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金대통령도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나면 이 정권의 도덕성은 끝장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오(李在五)총무는 홍업씨의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홍업씨의 측근이 신승남(愼承男)전 검찰총장에게 이용호씨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는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진승현 게이트'의 로비스트인 최택곤씨도 홍업씨를 만났으며, 이용호씨도 홍업씨에게 접근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李총무는 "金대통령이 '두 아들에겐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아들들에게 수사의 손길이 미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6일 시작되는 임시국회 상임위 활동에서 이형택씨가 주도한 보물 발굴 사업에 대한 金대통령의 사전 인지 여부, 홍업씨 연루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따질 방침이다.
李총무는 "지난해 우리당이 제기한 여권 실세 K·K·K씨 관련 의혹이 조금씩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국회 차원에서도 철저한 진상 규명 노력을 할 것"이라며 "사건을 축소 수사한 검찰 특별감찰본부 등에 대해선 강력한 문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태평화재단은 5일 김홍업 부이사장 측근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 "金부이사장은 이용호씨와 일면식도 없으며 소개를 받은 적도 없을 뿐 아니라 어떤 의혹이나 '게이트'에도 관련된 사실이 없다"며 "그런데도 마치 대통령의 가족이 이용호 사건에 개입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실명을 거론한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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