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때리기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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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외상 경질을 계기로 자민당 내 반(反)고이즈미파의 '총리 흔들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는 다나카 경질 전에는 계속되는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80% 가까운 지지율을 유지, 반대파들도 직접적인 공격은 삼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가 '1내각 1각료' 공약을 깨고 다나카를 경질한 후 지지율이 추락하자 용기를 얻은 것이다.
시게무라 도시미쓰(重村智計) 다쿠쇼쿠(拓殖)대 교수는 1일 "자민당 내 개혁저항 세력이 다나카를 공격한 것은 내각을 흔들어 고이즈미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제 다나카가 없어졌으므로 고이즈미가 직접 공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당 에토(江藤)·가메이(龜井)파의 회장인 가메이 시즈카 자민당 전 정조회장은 1일 아사히(朝日)신문에 '고이즈미 개혁,총리 당신은 잘못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기고문은 "극심한 불경기에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은 잘못됐다. 국민이 모두 쓰러지면 개혁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총리를 힐난하는 내용이다.
가메이는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했다가 열세에 몰리자 마지못해 고이즈미의 손을 들어준 전력이 있다.
그는 재정적자 축소·구조조정을 중심으로 한 고이즈미의 개혁노선을 비판하는 입장이다. 도쿄(東京)신문은 "앞으로 자민당 내에서 '경제팀을 교체하고 긴축정책을 경기부양 노선으로 바꾸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고이즈미가 1일 자민당 내 반대파 중 가장 세력이 큰 하시모토(橋本)파의 오키 히로시(大木浩)중의원 의원을 환경상에 기용하자 "고이즈미가 하시모토파에 밀리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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