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교육청 시행 고교 모의고사 사설업체 위탁 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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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전국 단위 고교 연합학력평가고사(모의고사)를 준비하면서 출제 이외의 평가관리 절차를 사설 모의고사 업체에 위탁키로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는 사교육의 폐해 등을 줄이기 위해 1998년부터 사설학원에서 주관하는 모의고사를 금지해온 정부 방침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또 고3 모의고사 응시생들에게 지원 희망 대학과 학과를 표기토록 해 공교육 기관이 대학 서열화에 앞장서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학력평가 담당자 회의를 열고 고교 연합학력평가고사 세부 시행방법과 일정 등을 확정했다.
이에 앞서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달 8일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전국 규모의 모의고사를 고3은 연 4회,고1·2는 연 2회 실시토록 승인하고 78억원의 경비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사설 모의고사 금지'방침 배치=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모의고사 문제는 현직 교사들이 출제하되 채점·성적 전산처리 등은 사설 모의고사 업체에 위탁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업무처리가 가능한 기관은 중앙교육진흥연구소·종로학원·대성학원·고려학력평가연구소 등 네곳 뿐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이 전국 규모의 시험을 총괄할 능력이 부족해 입찰을 통해 외부 업체에 관리를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고교 교사는 "국가예산 수십억원을 특정 업체에 지출하는 결과가 되고, 일선 학교들이 사설 업체의 입시정보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며 "교육청 등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같은 계획은 정부의 방침에 정면으로 어긋나 수능 시행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서열화 가중 우려=일선 교육청 담당자들이 확정한 계획에 따르면 모의고사에 응시한 고3 학생들은 시험 당일 4교시 외국어 답안지의 '대학·학과 예비지원 조사란'에 희망 대학을 표기하도록 돼있다. 전국 대학·학과에 대한 점수대별 예비지원 결과를 만들어 고교측에 진학지도 자료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이경희 대변인은 "공교육 기관이 앞장서 대학을 서열화해 공개하는 것이 될 뿐 아니라 고교 교육을 보통 교육이 아닌 대학입시를 전제로 한 교육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어떻게 치르나=시·도교육청 담당자 회의에서 확정한 일정에 따르면 고교 3학년은 ▶3월 28일▶6월 21일▶9월 3일▶10월 2일 등 네차례 시험을 치른다.1,2학년 시험일은 9월 3일과 11월 20일이다. 출제는 현역 고교 교사가 맡고 1백44명이 오는 14일부터 7박8일간 충남 대천 임해수련분원에 합숙하면서 출제한다는 것이다.
김남중·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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