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사의 … 여권 핵심 관계자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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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얼굴) 총리가 6·2 지방선거 다음 날인 3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4일 “정 총리가 어제(3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약 1시간 동안 단독으로 만났다”며 “이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여당의 선거 패배로 세종시 계획 수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사퇴를 결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정 총리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맡은 소임을 다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 총리의 사퇴 여부는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이 귀국한 뒤 가닥이 잡힐 걸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5일 귀국할 예정이다.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정 총리는 지방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측근들에게 “선거 패배가 (세종시 수정을 주도한) 내 책임인 것 같아 송구스럽다”며 “대통령이 정국을 수습하는 데 내가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정 총리는 평소 공·사석에서 “세종시 수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 물러날 것”이라 고 말해 왔다.

정몽준 대표는 3일 오전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단과 함께 사퇴했다.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당·정·청의 세 축인 ‘3정(鄭)’이 사퇴했거나 사의를 나타낸 만큼 이 대통령이 어떤 결심을 할지 주목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을 수행 중인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이 대통령이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총리를 불러 ‘내각은 흔들리지 말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김무성도 대통령 독대=정몽준 대표가 사퇴한 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김무성 원내대표도 4일 오전 이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떠나기에 앞서 단독 면담을 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후반기 원 구성과 관련해 “국회의장·부의장은 의원 자유투표로 선출하겠다”는 등의 보고를 했다고 여권 관계자들이 전했다.

강주안 기자, 싱가포르=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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