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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업체 AMD 헥터 루이스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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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CEO 취임 직후부터 난관에 봉착했는데.

"2002년 3분기 땐 회사가 망하는 줄 알았다. 수익이 나지 않는 부문을 매각하고, 공장 두 개를 폐쇄했다. 직원도 4500명이나 줄였다. 우수한 관리자들은 외부에서 수혈했다. 다행히 지난해 3분기부터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4분기 연속 흑자 행진이다. 개혁 결과에 만족하는가.

"아니다. 난 영원히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성과는 좋지만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 엔터프라이즈(기업용) 시장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더 강해지고 싶다. 특히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지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

-주가가 거의 인텔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주가는 회사의 가치에 대한 시장의 객관적인 평가다. 재정이 튼튼한 인텔은 여전히 힘겨운 경쟁 상대다. 그러나 덩치가 크고 몸이 무거운 단점도 있다. 고객 지향적이지도 않다. 상대방의 약점은 곧 우리의 장점이다. '고객의 친구'라는 이미지가 자리잡도록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반도체 시장에 합종연횡이 빈번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살아 남을 강자는 누구라고 보는가.

"반도체 시장은 20세기 초 자동차 시장과 비슷하다. 200여개가 넘던 자동차 회사들이 지금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소수의 대형 브랜드만 살아 남았다. 현재 400여개에 이르는 반도체 회사들도 2015년까지 100여개로 줄어들 것이다. 인텔.삼성.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와 AMD 등 '빅 4' 가 지배하는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다. 삼성과 TI는 비전과 전략을 갖춘 매우 좋은 회사다."

-후지쓰와 제휴해 세운 '스펜션'의 실적이 좋다.

"후지쓰와 AMD의 기술과 마케팅 파워가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우리가 보유한 '미러 비트'란 기술도 워낙 좋았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올릴 수 있다. 지금 스펜션은 NOR 회사로는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

-2015년까지 세계 인구의 절반에게 인터넷 접속 기회를 제공하는 '50x15'구상을 내놓았다. 사회 기여와 동시에 돈도 버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50x15는 믿음과 신념이 필요하다. 기존의 4분의 1 가격으로 지금의 PC가 하는 대부분의 기능을 구현하는 단말기를 저개발국가에 공급한다는 복안이다. AMD의 CPU를 사용하고 마이크로 소프트가 가벼운 전용 운영체제를 특별히 만들어줬다. 각국의 정부, 통신회사와 손잡고 이 단말기를 대대적으로 공급하면 AMD에도 이익이고, 저소득층들은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지난달부터 인도에, 이달부턴 캐리비언군도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인텔과 맞서 우수 인재를 채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성경의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아는가. 많은 사람들이 골리앗보다 다윗을 좋아한다. 뛰어난 인재들도 마찬가지다. 거인과 싸워 이기려는 도전 의식을 갖춘 인재들이 스스로 우리 회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 물론 들어온 인재들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회사의 몫이다. 인재들은 어떤 팀과 함께 일하느냐를 더 따진다. 자기 주변에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고 느끼면 인재들이 일을 즐겁게 한다."

-중앙처리장치(CPU)와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는가.

"현재 CPU 시장에서 점유율이 10% 정도다. 5년 안에 25~30%까지 끌어올리고 싶다.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선 NOR만 따지면 1위, NAND까지 포함하면 3위다. 3년 안에 전체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서고자 한다."

-스펜션이 플래시 메모리 시장 점유율을 27%까지 끌어올려 인텔(18%)을 꺾었다. 플래시 메모리와 CPU 중에서 어느 것이 주력인가.

"부모들에게 어느 자식이 더 예쁜지를 묻는 것과 같다. 둘 다 우리의 소중한 주력사업이다."

오스틴=최지영 기자

*** 골리앗 인텔에 도전하는 다윗…AMD와 루이스 회장

AMD는 컴퓨터 CPU 분야에서 인텔의 독점에 도전하는 유일한 회사다. 인텔에 도전한 무수한 회사가 망했지만 AMD는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텔이 생긴 다음해인 1969년 설립됐다. 올해 매출은 50억달러로 전망된다. 미국 외의 지역에서 80%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7월 후지쓰와 합작한 플래시메모리 회사 '스펜션'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하나의 셀에 두개의 데이터를 나눠 저장할 수 있게 하는 '미러(거울)비트'를 적용해 인텔을 꺾고 NOR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멕시코 피드라스 네그라스에서 태어난 헥터 루이스(58)회장의 인생은 영화나 마찬가지다. 미국 선교사의 집을 청소해 주다가 똑똑함에 반한 선교사의 배려로 미 텍사스의 고등학교로 옮겼다. 고1 때까지 영어를 거의 못하다 졸업 때엔 장학금을 받고 텍사스대학 전자공학과에 진학했다.

라이스 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를 취득한 뒤 TI와 모토로라 등에서 일하다 2000년 1월 AMD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합류했다. 2002년 4월 CEO에 취임했다.

어려웠던 유년시절 때문인지 평소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들의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 해소에 관심을 보였다. 올해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그가 발표한 '50x15'계획도 그가 직접 구상한 것이다.

*** 용어설명

◆ 플래시 메모리=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D램·S램과 달리 전원이 끊어져도 데이터가 없어지지 않는 메모리다. 속도가 빠른 제품(코드저장형·NOR)과 데이터 저장성이 좋은 제품(데이터저장형·NAND)으로 나뉜다.
◆ CPU=컴퓨터 중앙처리장치. 85년 32비트 칩(인텔의 386) 이후 386→펜티엄→ 펜티엄4 때까지 32비트 체제였다. 지난해 AMD가 최초로 PC용 64비트 CPU인 ‘애슬론 64’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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