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EO!] 현대차·SK 리더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왼쪽)이 지난달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방문에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의 품질을 살펴보고 있다.

*** KIA

올해 현대자동차 그룹은 자동차 업계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렸다. 국내 자동차 업체로는 처음 1000만대 수출을 달성했다.

미국 소비자만족도 조사기관인 J.D.파워의 중형차 부문 조사에서 뉴EF쏘나타가 1위에 오르는 개가를 올렸다.

자동차 이외 부문에서 INI스틸이 한보철강을 인수하고 현대카드가 세계 최대 소비자금융회사인 GE캐피탈과 전략적 제휴를 한 것도 큰 성과였다. 자연스레 업계에선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전문지식을 갖춘 글로벌 인재가 되라"고 주문한다. 2010년 '자동차 글로벌 톱5'목표를 달성하려면 우선 국제 감각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업체가 되려면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임직원들이 국제 감각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철학을 몸소 실천한다. 올들어 해외 생산기지를 점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을 누볐다.

지난 3월에는 인도 체나이 공장과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 예정지를 방문한데 이어 5월 베이징(北京) 현대법인을 찾았다. 이후 ▶6월 미국 앨라배마 공장▶7월 몽골▶9월 프랑스 파리모터쇼▶11월 앨라배마 공장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해 냈다. 현대차의 전 세계 사업장은 900여개에 달한다. 종업원도 5만명이 넘는다.

정 회장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현대차는 인도법인장이었던 김재일 부사장에 해외영업본부장을, 기아차는 현대차 유럽사무소장이던 김용환 부사장에 해외영업본부장을 맡기는 등 해외파를 중용했다.

'글로벌 톱5'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대차는 직원들의 전문화 교육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2000년 비전 선포식 때 사내 교육 강화를 천명한 뒤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사내 MBA 과정 등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승용차에는 2만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간다.완성차 업체는 협력업체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 협력업체와 투명한 거래를 하기 위해 현대차는 공개입찰제나 전자입찰제를 정착시켰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일본의 약진과 미국의 부진이 두드러진다"면서 "앞으로 가열될 자동차 메이커들간의 짝짓기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인재경영,글로벌 경영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ijchoi@joongang.co.kr>

▶ 최태원 SK 회장(앞줄 왼쪽에서 네번째)이 자체 연수원인 SK아카데미에서 신임 임원 등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SK

최태원 SK 회장의 경영 키워드는'사람'과 '투명경영'이다. 업무 프로세스는 결국 사람으로 귀결되기에 '사람은 기업의 일부이자 전부'라는 경영철학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SK에서 '인재경영'이 화두인 연유다.

최 회장은 평소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에게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인재육성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근래엔 우수 인재를 많이 뽑고 양성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에 CEO는 시간과 정력의 80%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문까지 했다.

최 회장이 염두에 둔 SK 인재관은 '창의적 사고로,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는,패기 있는 사람'이다. 전문경영인들에게 "자신보다 더 뛰어난 CEO를 양성하자"고 독려한다.

관계사 대표이사 자리를 그룹 외부에서 과감하게 수혈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라서 가능하다.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산업자원부 출신)과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삼성 출신) 등 주요 경영진에 새로운 경영코드에 맞는 외부인사들이 꽤 눈에 띈다.

또 한가지 화두는 투명경영이다. SK그룹과 계열사간 지배구조를 확 바꾼 것이다. 최근 '새로운 SK 50년 비전'을 논의하면서 '느슨한 자율 경영체제'와'이사회 중심의 경영시스템'을 선언한 것도 이 작업의 일환이다. 계열사들은 기업문화와 브랜드로 묶고,경영은 각 계열사의 이사회 중심으로 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공정한 추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한 이사회에서 중요 경영사항들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권오용 SK그룹 기업문화실장(전무)은 "자식(계열사)이 부모(그룹)를 떠나 독립(자율경영)한 뒤에도 혈연과 가풍 등 끈끈한 가족문화(기업문화 및 브랜드)로 묶이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근래 사회공헌 활동에도 열심이다. 그룹의 온 임직원들이 공유하는 경영규약이라고 할 수 있는 'SKMS(SK경영관리체계)'에서 기업 이념을 바꿀 정도다.

1979년 고 최종현 회장이 정립한 '이윤 극대화'규약을 25년 만에 '행복 극대화'로 바꾼 것이다. 기업이 행복을 가져다 줄 대상을 고객과 임직원.주주 등에서 사회 구성원 전체로 확대했다.

SK 계열사 경영진은 신구(新舊)조화를 이룬다. 선배 경영인의 경륜과 젊은 경영인의 패기가 뭉쳐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어 내자는 것이다. SK텔레콤의 조정남 부회장과 김신배 사장,SK건설의 문우행 부회장과 손관호 사장,SKC의 김수필 부회장과 박장석 사장 등이 그런 사례들이다.

이원호 기자 <llhll@joongang.co.kr>

*** 현대차를 움직이는 CEO는 …

기계공학을 전공한 김동진(54)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미국 유학(핀레이공대 산업공학 박사) 후 1978년 현대정공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우주항공 사장을 지낸 뒤 2000년 현대차 상용차 담당 사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현대차 총괄부회장을 맡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부터 윤국진(60)사장이 지휘한다.1969년 현대차에 입사한 뒤 기획실 이사, 인사 담당 상무 를 지내는 등 주로 인사.노무관리 업무에 정통하다. 99년에는 기아차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을 맡았다.

현대차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는 박정인 회장이 2002년부터 회장직을 맡아 이끌고 있다. 중앙대 경영학과를 나온 뒤 69년 현대차에 입사했으나 현대정공으로 옮겨 20여년 이상 근무했다.

INI스틸의 김무일 부회장은 87년 현대정공 부장으로 영입돼 전무까지 지내다 98년 기아차 인수 때 아산만 제 1.2공장장(전무)을 맡았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구매총괄 본부장(부사장)에서 사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올해 INI스틸의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현대하이스코의 김원갑 사장은 현대건설 출신으로 세무대학원을 나온 경리.관리통이다.

최익재 기자

*** "기업도 마라톤처럼 철저한 계획을" SK(주) 신헌철 사장

2000년 퇴행성 관절염을 고쳐볼 수 없을까 50대 나이에 시작한 마라톤에서 경영을 배운다는 신헌철(59.사진) SK㈜ 사장. 그는 "참고 견디는 겸손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경영원칙을 '마라톤'에서 구했다는데.

"기업도 마라톤처럼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투자해야만 성공한다. 마라톤 결승점의 환희와 좋은 경영실적은 모두 고난의 역정에서 얻을 수 있다."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등 숙제가 많아 보인다.

"올해 사장이 된 뒤 이사회 중심 경영을 도입했다. 투자가나 주주.직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특히 그룹 회장 등 경영진이 사심없이 뛰고 있어 잘 해결될 걸로 기대한다."

-올해는 수출이 크게 느는등 경영성과가 좋다고 들었다.

"내수기업이란 이미지를 깰 정도였다. 3분기까지의 매출 12조4000억원 가운데 40% 이상이 수출이었다. 해외 유전개발사업도 수익이 꽤 된다. 원유생산량은 하루 2만 배럴에서 내년에는 3만 배럴로 늘어난다."

-영업직 출신답게 현장을 자주 찾는다는데.

"경남 울산 공장은 주 1회 이상 간다.대표가 회사의 비전이나 전략에 관해 고민하는 것 만큼 현장을 뛰면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게 중요하다."

-SK는 30년째 '장학 퀴즈'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인재경영을 한다는 이미지가 깊다.

"경영의 중심은 사람이다. 우리의 경영철학인 '인간 위주 경영(SUPEX, Super+Excellent)'의 요체도 그것이다. 인재육성에 100여억원을 쏟고 있다."

이원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