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동자 화났다…외국 투자기업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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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에 아이폰 부품을 공급하는 대만 팍스콘은 6월부터 중국 공장 근로자들의 기본급을 30% 인상했다. 당초 사측이 고려했던 2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생산직 근로자의 기본급은 초임 기준으로 900위안에서 1200위안(약 21만원)이 됐다. 최근 잇따른 근로자 자살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 일본 혼다자동차는 중국 광둥성 포산 공장의 근로자 임금을 24%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사측의 양보에 따라 노동자들은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1일부터 업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내년 1월부터 월급을 15% 추가 인상해 주지 않으면 4일부터 다시 파업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노동시장이 변하고 있다. 저임금에도 묵묵히 일하던 시대는 갔다. 1979년 시작된 ‘1가구 1자녀’ 정책 이후 태어난 근로자들은 자기 주장을 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광둥(廣東)성 포산(佛山)의 혼다자동차 공장에서 일어난 노노(勞勞) 갈등 모습. 파업 근로자(오른쪽)와 중국 정부가 관리하는 총공회 소속 노조원들이 충돌했다. [포산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노동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노동3권 중에서 단체행동권(파업권)이 제한돼 있는 중국에서 파업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파업을 중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이 커지면서 저임금을 무기 삼던 중국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 석유화학 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신노동법이 발효되고 나서 최저임금이 껑충 뛰었다”며 “초과근무 수당이 확 오른 게 기업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도미노 파업을 의미하는 ‘궁차오(工潮) 시대’가 찾아올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베이징 시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대만이나 유럽의 연쇄 파업 사태가 중국에도 일상화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인으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노동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졌으나, 임금 인상이 이를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에선 상하위 10% 계층의 소득격차가 55배로 벌어진 데다, 내·외국인 노동자 간의 임금격차도 크다. 또 금융위기 이후 정부 부양책으로 기업은 커졌지만 노동자에게까지 성장의 과실이 돌아가지 못한 것도 노동계의 욕구 분출을 자극하고 있다.

베이징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차체 부품을 공급하는 성우하이텍 베이징 현지법인에서 파업이 일어나 지난달 28일 한때 조업이 중단됐다”며 “현대 베이징공장이 조업을 중단한 것은 2002년 중국 진출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성우하이텍은 파업 직후 임금을 15% 인상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에서 파업 사태가 일상화된다면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임금이 단기간에 급상승하면 기업의 원가 부담으로 연결되고 제품 가격에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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