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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구호선 승선자 전원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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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스라엘이 억류 중이던 국제 구호선 승선자 전원을 풀어 주겠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예후다 바인슈타인 이스라엘 검찰총장은 2일(현지시간) “억류됐던 가자지구 구호선 승선자 약 700명 전원이 오늘 중에 풀려나 국외로 추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당초 자국 군인을 공격한 것으로 확인된 승선자 50여 명에 대해서는 기소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가 이를 철회했다. 이스라엘은 2일 오전 124명을 1차로 석방해 요르단으로 추방했다. 40여 명은 이보다 먼저 이스라엘 당국의 조사를 받고 추방됐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구호선 공격 사건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데 대한 유화책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구호선단 총격 사건으로 억류됐던 구호단원들이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요르단으로 추방된 뒤 마중 나온 친척들과 포옹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6척의 배에 나누어 타고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한 구호품을 싣고 가다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고 억류됐다. [앨런바이브리지 로이터=뉴시스]

총격 사건에서 4명 이상의 자국민이 희생된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의 유일한 친구(터키)를 잃을 위험을 맞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아흐메트 다부토글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튿날 “오늘 중에 터키인 억류자가 모두 풀려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의 모든 관계를 재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석방에 앞서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구호선 공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재하는 이스라엘과의 간접 평화협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일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에 따르면 압바스 수반은 전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전화회담에서 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이스라엘 특공대에 억류됐던 40여 개 국적의 승선자들은 지난달 31일 ‘자유 선단’이라고 이름 붙인 6척의 배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구호품을 싣고 가다 공해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고 붙잡혔다. 이스라엘은 총격전으로 사망한 승선자가 9명이라고 발표했으나 정확한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승선자들이 풀려나면서 이스라엘군의 강경 대응에 대한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총격 사건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마비 마르마라’호에 승선했던 독일 정치인 노르만 페흐는 “이스라엘군에 대한 저항에 사용된 것은 나무로 만든 봉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이 배의 승선자들이 칼과 곤봉 등으로 군인을 공격해 ‘자위권 발동’ 차원에서 발포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국에 대한 비난 고조=터키 등 아랍계 국가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했다. 다부토글루 터키 외무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공정하고 신속한 조사’를 촉구했을 뿐 이스라엘을 직접 비판하는 성명이나 논평은 내지 않았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 한국은 1일 외교부 성명을 통해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서울=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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