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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혁실패를 봉급자만 감수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이달부터 최고 99%까지 올라 봉급생활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보험료가 크게 오른 것은 직장인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2000년 7월 건강보험공단 조직 통합과 지난해 1월 보험료 인상 시점에 맞춰 취해졌던 보험료 경감조치가 새해부터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오는 3월에 9% 정도 더 올린다고 한다.

건보 재정이 거덜난 가장 큰 요인은 무리하게 밀어붙인 의약분업 탓이다. 여기에 지나친 건보수가 인상과 건강보험 통합, 의료기관의 허위.부당청구 등도 한몫을 했다.

건보수가만 하더라도 정부는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의약분업(2000년 7월)을 전후해 다섯 차례에 걸쳐 49%나 올려줬다. 최근 서울대 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중소병원.대학병원의 경우 수가가 원가보다 7.2% 낮은 반면 동네의원의 수가는 18%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의약분업 시행의 목적은 두말할 필요 없이 의약품 오.남용과 약화(藥禍)를 막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무엇인가. 항생제.주사제 사용은 별반 달라진 게 없고, 2조원 넘게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던 직장건보 재정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직장과 지역 건보를 통합하면 부자조합이 가난한 조합을 도와 재정 건전화를 이룰 수 있고, 국고지원 없이도 보험혜택을 늘릴 것이라던 당국자의 말 역시 빈말이 되고 말았다.

구멍난 직장건보 재정을 메우기 위해 이만큼 올린다면 그 후엔 건전재정으로 돌아설 것인가. 어떤 희망이 있어야 감내하고 따를 것이다. 재정파탄의 원인도 가입자의 실수 때문에 생겨난 게 아니다.

어설픈 개혁의 실패 탓이다. 정부의 개혁실패.정책실패를 고스란히 봉급생활자에게만 떠넘겨선 안된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수가인상 억제 등 지출요인을 줄이는 근본대책부터 마련한 뒤 최소 범위 내에서 보험료 인상률을 정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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