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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이 작은 칩이, 110조원을 낳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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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 이건희 삼성 회장이 6일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에서 열린 반도체 사업 진출 30년 기념 행사에서 "새로운 신화 창조!!"라는 격려 문구를 적고 있다.

삼성은 6일 내년부터 2010년까지 반도체 사업에 총 25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하나로만 200조원의 누적 매출을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삼성은 이날 경기도 화성 반도체사업장에서 이건희 회장.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 사업 진출 30주년 기념 행사를 했다. 삼성은 한국 최초의 웨이퍼(반도체 원판) 가공업체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1974년 12월 6일을 그룹이 반도체 사업에 나선 날로 친다. 삼성은 반도체 진출 후 지금까지 이 부문에서 110조원의 누적 매출에 29조원가량의 이익을 냈다. 또 10년 넘게 세계 1위의 메모리반도체업체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비메모리반도체를 합쳐서는 인텔에 이어 세계 반도체 업계의 2인자로 올라섰다.

◆ 시계용 트랜지스터에서 60나노 플래시까지=국내 반도체 산업은 60년대 중반 미국의 코미.페어차일드, 일본 도시바 등이 반도체 칩을 들여와 단순 조립.가공하는 공장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업계에선 74년 10월 경기도 부천에 세워진 국내 최초의 웨이퍼 가공업체인 한국반도체를 본격 출발점으로 본다. 그러나 한국반도체는 설립 두 달 만에 자금난을 겪게 돼 회사 인수자를 찾았다. 이 소식을 들은 이건희 회장(당시 동양방송 이사)은 사재를 털어 이를 사들였고, 한국반도체는 삼성 반도체 사업의 첫 무대가 됐다. 이 회장은 기념행사에서 "반도체사업 진출 당시 경영진들이 'TV도 제대로 못 만드는데 너무 최첨단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길은 하이테크 산업밖에 없다고 생각해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한국반도체에서 생산된 제품은 손목시계용 트랜지스터였으나 품질이 좋지 않아 제대로 팔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쌓은 기술과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됐다. 삼성의 반도체 사업의 획기적 전기는 83년 2월 고 이병철 회장이 내세운 '도쿄 선언'. 삼성은 반도체 사업에 그룹의 명운을 걸었다. 이 선언이 있은 지 불과 10개월 만에 삼성은 64KD램을 세계 세 번째로 개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더니, 급기야 92년에는 세계 최초로 64메가D램을 개발해내면서 반도체기술을 앞에서 끌게 됐다. 작고한 이 회장은 삼성 반도체 사업의 성공 원인 중 하나로 '부천 공장에서 쌓은 10년간의 경험'을 꼽기도 했다.

◆ 경제 살찌우는 효자 상품이나 방심은 금물=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자 현대.LG.아남 등 다른 기업들도 잇따라 이 사업에 참여했다. 외환위기와 과잉투자로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반도체는 한국을 먹여살린 성장엔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90년대 중반부터는 우리나라 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다. 또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휴대전화.컴퓨터.디스플레이산업 등이 급성장하면서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동안 쌓아올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 9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회로선폭 60나노미터에 8기가비트(Gb) 용량의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우리 반도체 산업이 이겨내야 할 도전도 많다. 세계 경쟁업체들은 세계 IT 경기의 퇴조와 이에 따른 가격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증설경쟁을 벌이고 있다. '규모의 경제'로 생산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다. 특허 분쟁과 상계관세를 이용한 무역장벽도 만만찮다. 이런 가운데 이건희 회장은 이날 기념행사에서 '타이밍론'을 강조했다. 그는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반도체는 시기를 놓치면 기회손실이 커서 만회가 힘들다"고 말했다. 삼성의 공격적인 선점 투자 의지를 짐작케 하는 말이다.

이현상 기자

*** 삼성의 반도체 역사

▶ 1974년:한국반도체 인수로 반도체 사업 개시

▶ 83년:고 이병철 회장 도쿄 선언(반도체 사업 본격화)

64K D램 개발(미.일에 이어 세계 세번째)

▶ 84년:256K D램 개발

▶ 86년:1M D램 개발

▶ 88년:4M D램 개발

▶ 89년:16M D램 개발

▶ 92년:64M D램 개발(세계 최초)

D램시장 세계 1위

▶ 93년: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

▶ 94년:256M D램 개발(세계 최초)

▶ 96년:1G D램 개발(세계 최초)

▶ 2001년:1G 플래시메모리 개발

(세계 최초)

▶ 2002년:2G 플래시메모리 개발

(세계 최초)

▶ 2003년:4G 플래시메모리 개발

(세계 최초)

▶ 2004년:60나노 8G 플래시메모리 개발(세계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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