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특목고 입시 지형도 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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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학생들의 진학 경로가 다양화되면서도 정형화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 확대로 조기 진로계발과 향후 대학 진학에 유리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를 찾아가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입시제도 변화와 고교유형 다양화가 맞물리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상담 의뢰 주연령층 초등생으로 낮아져
“외교관이나 국제기구 등 외교정책 분야로 진로를 생각 중이에요.”
“그럼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이나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 게 좋겠어요. 요즘 대입은 진로에 대한 목적의식과 중·고교 때 진로적성관련 활동을 평가하니까,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국제중·국제고나 외고로 진학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조기 유학은 어떤가요?”

“국제화 감각을 익히고 경력관리에도 도움이 되니 해외 대학이나 국내 대학 국제학부, 특목고에 지원할 때 이점이 될 수 있겠죠. 다만 귀국할 때 국내교육과정에 대한 학습결함과 적응문제, 입시변화 등을 미리 따져봐야 해요.”

최근 들어 진학컨설팅업체에서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와 상담교사 사이에 자주 오가는 대화내용이다. 입학사정관전형이 고입으로 확대되면서 일찍부터 진학진로 설계에 나서는 학생·학부모들이 증가하고 있다. 예년과 달라진 점은 진로·적성에 맞춰 고교 유형을 선택해 중학교부터 대학 전공까지 지도를 찾듯 진학경로를 짜는 것이다. 바뀐 입시에서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는 일관성·지속성·연계성·목적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진학경로 설계상담을 의뢰하는 주 연령층이 중학생에서 초등 3~4학년으로 낮아진 점도 특징이다. 와이즈멘토 허진오 평가기획팀장은 “진로에 맞춰 전공·학교 유형·학위 종류까지 15년치 진학경로를 짠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중학교 때 할 진로설계를 지금은 초등학교 때 시작한다”며 “학원 수강비용을 진로계발·활동비로 돌리는 부모들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입시 경쟁 유리한 입지 찾아 고교 선별 진학
고교 유형이 다양화되면서 진학경로도 다양화되고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외고에 몰리던 열기가 다소 수그러든 분위기다. 올해 자율형사립고들이 문을 열면서 외고로 가던 상위권 수요 일부를 흡수해서다. 정상JLS 문상은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외고와 자율고 지원 비율이 지난해 7대 3에서 올해 4대 6으로 뒤집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공계열 진학을 계획하고 있는 수험생들이 발길을 많이 돌렸다. 자율형사립고들이 교육과정을 개편해 수학·과학 수업시간을 늘렸기 때문. 외고 교육과정은 외국어 수업위주로 편성되다보니 수학·과학 수업이 상대적으로 적어 방과후수업으로 보충해야 한다. 그러나 대안이 없어 이공계열 지원 학생들도 외고 진학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분당청솔학원 이석 고등부팀장은“향후 대입을 고려해 인문계열은 외고로, 이공계는 자사고로 진학을 유도하는 상담이 수학등식처럼 통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사진도 인문·자연으로 나눠 입시상담을 하도록 요구받고 있다”고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자립형사립고도 진학 목적별로 수험생이 나뉜다. 강남지역 학부모들 사이엔 ‘해외 대학에
가려면 민족사관고, 국내 상위권 대학에 가려면 하나고’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학부모 김은주(가명·45·서울 대치동)씨는 “민사고는 유학반 위주로 운영되고 하나고는 국내 상위권 대학 진학을 표방해 수험생을 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양한 비교과 이력을 챙기는데 편한 대도시 환경을 고려해 하나고를 대안으로 선택한 학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해성국제컨벤션고 학생들이 경영학 전공의 하나로 국제회의 기획·운영을 실습하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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