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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역대 통치사료 1,302점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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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와대는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이 1961년 5.16 쿠데타에 성공한 뒤 그해 11월부터 71년 7월까지 미국의 대통령들과 주고받은 편지 62통을 9일 보관자료 가운데 찾아냈다.

2급 혹은 3급비밀로 분류된 편지들은 '국가원수 서한철-대통령 비서실'이란 제목의 편지묶음으로 보존돼 있었다. 일본 총리 등 주요 국가 원수들과 주고받은 편지 1백20통도 함께 있다.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군정연장 입장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편지, 북한 특수부대의 청와대 침투사건에 대해 온건한 태도를 보인 린든 B 존슨 대통령에게 불만을 표시한 朴대통령의 편지가 눈에 띈다.

대통령 비서실(통치사료 비서관 鄭恩成)은 최근 청와대 소장 기록물을 정리하다 이승만(李承晩).윤보선(尹潽善).박정희.최규하(崔圭夏)대통령 당시의 서한철, 공식 외교문서철 등 1백23점의 파일과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김영삼(金泳三)대통령 공식행사 녹음테이프 7백19점, 김영삼 대통령 관련 기록물 4백60점 등 모두 1천3백2점의 역대 대통령 통치사료를 발견해 이날 공개했다.

청와대는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이 사료들을 대전 정부기록 보존소에 영구보존할 계획이다.

◇ 군정연장, 한.일 수교 등에 대한 케네디와의 편지

▶박정희(62.5.22)=우리가 약속한 민정이양까지 남은 1년간에 현 정부는 더 큰 성과를 올리고 튼튼한 반공민주 기반을 확립할 것을 다짐합니다.

▶케네디(62.8.23)=한.일 양국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각하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각하의 영도 아래 한국 국민과 일본, 전 태평양 지역에 신기원의 시작과 위대한 정치가인 각하의 경륜을 뒤돌아볼 수 있는 협정이 이룩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케네디(63.3.31)=4년 동안 군정을 연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발표한 3월 16일의 성명에 대한 각하의 견해를 밝힌 서한에 감사합니다. 한국 정치문제의 해결은 한국 국민 전체에게 납득될 만한 민정이양의 절차에 관한 합의의 도달을 위해 귀국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이 협의를 함으로써 이뤄지리라 믿습니다.

◇ 월남전 파병, 대북 무력응징 등에 대한 존슨과의 편지

▶존슨(65.7.25)=현재 월남에 있는 병력 8만명을 배 또는 그 이상으로 증가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전쟁의 불씨가 아시아 본토에 확대되지 않도록 모든 주의와 자제를 다 할 것입니다. 본인은 미국과 동일한 목적과 관심을 가진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노력을 지지, 혹은 분담함으로써 월남평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개인의 소신을 말씀드립니다.

▶박정희(65.7.29)=각하의 정의로운 결의는 공산침략의 가능성 속에 살고 있는 수억의 자유애호 약소민족들에게 큰 고무와 용기를 주게 될 것입니다. 한국정부도 이미 사단 규모의 전투 병력을 월남에 증파할 계획을 추진 중에 있으며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국회의 승인을 얻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박정희(68.2.5)=푸에블로호 납북사건(1월 23일 발생)과 북한의 서울침입 무장공비 사건(1월 21일 청와대 침투시도)은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성과 비겁성을 전세계에 증명한 것이며, 우리에게는 중대한 위신문제이며 안전의 위협입니다.

이런 사태는 북한의 휴전협정 위반을 응징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따라서 침략은 반드시 응징받게 된다는 확고한 태도와 결의만이 북한의 상습적 침략근성을 고칠 수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간의 비밀회담에 대한 본인의 의견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박정희(68.2.9)=귀하의 서한을 잘 받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서울침공은 특별하고 심각한 것이며 북한에 대한 국민감정은 지금 그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각하께서 푸에블로호 승무원을 구출하기 위한 비밀회담이 수차례 더 필요하시다면 적어도 다음 사항들에 대한 각하의 소신을 본인은 확실히 다짐받고자 합니다.

북한에 대해 침공의 시인.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북한이 이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엔 한.미 양국은 즉각 보복행동을 취할 것 등입니다. 방위력의 증강만으로 안보문제가 해결될 수 없으며 다시 남침을 감행한다면 응분의 응징이 있어야 합니다.

▶존슨(68.2.28)=본인도 이 사태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관련해선 고려돼야 할 점이 많습니다.

◇ 80년 5.17 이후 최규하 대통령 업무공백=대통령의 활동을 기록한 '의전일지(1980)-대통령 비서실'엔 최규하 대통령이 비상계엄확대조치가 내려진 5월 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간 단 한건의 행사도 치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치 장부는 공란으로 돼 있다.

기록물 중엔 육영수 여사 사망으로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朴槿惠)씨의 '박근혜 신문스크랩철'이 있다. 뉴욕 타임스는 75년 10월 15일자에서 朴씨에 대해 "23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고 성숙한 품성을 보였다"고 평했다. 이때 朴씨는 "아버님은 자신의 관심사를 얘기하고 나는 귀를 기울이지만 정치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57년 미 군사당국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북한 군사력 비교보고서'는 "현재 북한군은 핵무기와 유도 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적고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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