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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때 나라 지킨 한국군에 경의 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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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한국전쟁 초반 한국군은 수세에 몰렸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연한 용기로 나라를 지켰습니다. 지금 후세들은 그 분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합니다.”

6·25전쟁 당시 포항전투에서 싸웠던 학도병 71명의 실화를 다룬 영화 ‘포화 속으로(Into the fire)’(감독 이재한)의 상영이 끝나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한국전 참전용사 존 스티븐스(89)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그는 상영 두 시간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자신이 직접 겪은 1950년 8월 낙동강 전투 장면에서는 짧은 탄식을 여러 차례 내뱉었다.

이 시사회는 27일 오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의 커버리 오디토리엄에서 열렸다. 6·25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센터 소장인 신기욱(사회학) 교수가 전쟁의 참상과 한국영화를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시사회에는 한국전쟁 미국 참전용사들과 스탠퍼드대 교수진, 아태연구소 연구원들, 학생, 미주 한인 등이 참석해 400개의 좌석을 모두 메웠다. 아태연구소에서 시사회를 열기는 2008년 태평양전쟁을 소재로 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작품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이후 두 번째다. 간간이 웃음이 나왔지만 학도병과 국군들이 겪은 참혹한 장먼이 나올 때마다 객석엔 깊은 한숨이 깔렸다.

스티븐스는 미 해병대원으로 태평양 전쟁에 참전했다. 종전 뒤 오키나와 섬에서 근무하던 중 6·25전쟁이 발발하자 1950년 8월 부산에 도착해 낙동강 전투에 참전했다. 젊은 나이에 큰 전쟁을 두 차례나 치른 것이다. 그는 “한국은 이런 비참한 전쟁을 겪었는데도 참으로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준 국가로, 이는 근면하고 성실한 국민의 힘 덕분”이라며 “한국인을 존경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그동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고 앞으로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25전쟁 뒤에도 1980년과 2000년, 2009년 세 차례 한국을 찾았고, 9월께 또 방문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신기욱 아태연구소장은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하지만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며 “전쟁의 의미를 되새기고 주의를 환기하고자 이런 상영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탠퍼드대 매튜 서머(48·역사학) 교수는 “영화가 흥미로웠고 힘찼으며 무서웠다”며 “주연인 권상우씨뿐 아니라 학도병 중대장으로 나온 탑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시사회에는 충남 논산훈련소 조교 출신인 주연배우 권상우씨도 함께했다. 권씨는 “훈련병들에게 가르쳤던 제식훈련과 총검술이 영화 촬영에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재한 감독은 “개인적으로 외할아버지가 6·25에 참전해 숨졌다”며 “이 영화가 전쟁이 가져다준 상처와 아픔, 있는 그대로 역사로서의 6·25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영화 속 지도에 동해 대신 일본해로 표기돼 이를 지적하는 관객의 질문도 있었다. 영화를 제작한 정태원 대표는 “미국 시사일정에 맞추다 보니 후반작업이 덜 된 채 상영됐다. 모두 동해로 정정했고 한국에선 동해로 표기된다”고 해명했다.

샌프란시스코=글·사진 김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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