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 무력 응징 자제한 남쪽을 더 이상 자극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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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은 특히 2주 뒤쯤 시작할 것으로 예고된 우리 군의 최전방 대북심리방송 재개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일 전 ‘전선중부지구사령관’이 스피커를 조준 격파 사격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어제는 남북 장성급회담 북측 대표단장이 개성공단 통행을 전면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아직까지 북한 반응은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북심리전이 시작될 6월 중순쯤엔 최전방에서 국지적 무력 충돌이 벌어지거나 개성공단 인력을 인질화할 가능성이 염려된다.

남북관계가 이처럼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 공격을 받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취하고 있는 조치들은 피해자로선 정당하게 취할 수 있는 수준임은 물론이고 나아가 최소한으로 절제된 내용들이다. 군사적 응징을 자제하고 경제·외교적 제재 수단을 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오히려 직접적인 군사 공격을 반복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잘못을 저지른 쪽이 오히려 더 성내는 격이다.

북한에 자제할 것을 경고한다. 천안함 폭침 공격에 대해 남한은 신중한 조사를 통해 북한 소행임을 명백히 입증하는 증거를 제시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자신들 소행이 아니라고 진정 생각한다면 스스로 나서서 입증하면 될 것이다. 아니라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면 된다. 남쪽의 요구는 북한이 도저히 감당 못할 막대한 배상이 아니다. 사과가 늦어질수록 북한이 입을 피해만 커질 뿐이다. 또 지금 위협하는 대로 다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다면 그땐 도발한 이상의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군사적 응징을 자제한 대신 자위권 발동을 선언한 남쪽이다. 북은 더 이상 남한을 자극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