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마트·서원유통 향토 유통업계 선두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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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롯데.현대백화점과 이마트.홈플러스.까르푸 등 국내외 공룡 유통업체들이 활개를 펴는 부산에서 향토기업 아람마트와 서원유통이 선전하고 있다.

향토 백화점들은 힘 한번 못쓰고 쓰러지거나 빈사상태에 있는데 반해 이들 업체는 공룡들의 위세에 위축되지 않고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두 업체는 또 향토 유통업계의 매출 1위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는 우선 입지 선정의 명수들이다. 다른 유통업체들이 생각지도 못하거나 내버려둔 지역에 상권을 개발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많은 돈도 투입하지도 않는다.

아람마트의 경우 지난 5월 부암동에 아람마트 서면점(2천평)을 개장했다. 부도난 공장을 임대한 뒤 리모델링했다.

투자비가 60억원에 불과했으나 3백~4백억원을 들인 할인점에 손색 없을 정도로 매장을 깔끔하게 꾸며 월 평균 9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아람마트 최성민(崔成敏)본부장은 "서면점은 저투자 고효율의 대표적인 매장"이고 설명했다.

서원유통은 지난해 1월 '탑마트 신평점'을 오픈했다. 30억원을 들여 땅은 장기 임대했으며 가 건물로 매장(9백 평)은 만들었지만 월 평균 31억원의 매출을 올려 벌써 투자비를 회수했다.

신평점 허태후(許泰侯)점장은 "쇼핑하기에 편리하고 가정에 필요한 상품은 다 갖추고 있어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자랑했다.

서원유통은 5백 평 이상 매장은 '탑마트',5백 평 이하 매장은 '탑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 다 '겁쟁이'다. 대박을 노리고 무모하게 투자하지 않는다. 실패해도 충격이 없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투자한다. 그래서 수백 억원씩 들어 땅을 직접 매입, 거창하게 점포를 짓는 경우는 없다. 대신 주로 비어 있는 건물이나 부도난 빌딩, 나대지를 임대한 뒤 할인점을 낸다.

설령 장사가 잘 안돼도 인테리어 비용 정도 손해보는 셈이다. 계속 손해보는 매장은 철수하면 그뿐이다.

또 3천 평 이상의 초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서울의 유통업체들과 정면승부해야 하는 곳에는 절대 매장을 열지 않는다.

두 회사는 지역 밀착형 할인점을 표방하면서 서로 다른 영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람마트는 중 대형 매장 위주지만 서원유통은 위험부담이 적은 중소형 매장을 고집하고 있다.

아람마트는 2천 평 이상 대형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자신감과 노하우가 쌓였다는 확신에 따라 대형 매장을 출점시키고 있다. 아람마트는 내년에는 3천 평 이상 점포 2곳과 소형점포 3곳을 개장할 계획이다.

반면 서원유통은 철저히 지역 밀착형이다. 주민들이 걸어서 5분~10분만에 찾아와 쇼핑할 수 있는 5백 평 안팎의 소형매장을 주로 운영한다. 특히 거제.밀양.언양.사천 등 중소 도시에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서원유통은 내년에는 40개로 매장을 늘릴 예정이다.

아람마트 이명근(李命根)회장은 "부산의 유통산업이 취약해 유통산업 발전을 위해 뛰어들었다"며 "가장 싸면서 질좋은 상품을 제공해 대규모 유통업체와 당당히 어깨를 겨루는 회사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서원유통 이원길(李元吉)대표는 "가장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동네 할인점의 장점을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며 "튼튼한 향토기업으로 남아 부산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정용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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