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인세 인하로 경제불씨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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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법인세율을 현재보다 2%포인트 낮추는 세법 개정안이 여당이 반대하는 가운데 야당인 한나라당과 자민련만의 찬성으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게 되면 내년부터 인하된 법인세가 적용된다.

우리는 1996년 이후 6년 만에 이뤄지는 법인세 인하조치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경제에 좋은 처방이 돼주기를 기대한다. 인하폭이나 세금감면 효과(연간 1조5천억원),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의 시차 등을 감안하면 이번 법인세 인하가 지친 경제를 벌떡 일으켜 세울 특효약은 아니다. 다만 허약체질을 개선하고 분위기를 바꿔줄 보약 정도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세율을 낮춰봤자 기업들의 차입금 이자 등을 비용으로 떨어주는 손비처리 혜택도 줄어들어 투자유발 효과가 미미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세금이 줄어드는 만큼 기업의 투자여력이 확대되는 데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세율인하 추세 등을 감안하면 법인세 인하를 '재벌만을 위한 조치'로 몰아붙일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법인세 인하의 부정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내년도 세제개편안에서 법인세 인하를 제외했던 정부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재경위를 통과하자 세수(稅收)감소와 적자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자료부터 내놓았다. 세수가 줄어들면 국채를 팔아 메워야 하고, 그러면 2003년 균형재정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연간 1백10조원 규모를 넘어선 예산 가운데 이 정도의 세수 감소로 적자부담을 강조하는 것은 아무래도 '엄살'로 보인다. 이 정도는 새로 국채를 찍어내지 않더라도 재정의 효율성이나 긴축의지만 강화해도 얼마든지 흡수가 가능하다.

정부가 편성한 올해 2차 추경(1조6천억원)의 재원이 각 부처가 제대로 쓰지 못하고 남은 불용예산이라는 점만 봐도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나 기업이나 모처럼의 법인세 인하를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되살리는 계기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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