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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찾아가지 않은 주식 1억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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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투자자들이 찾아가지 않아 증권사들의 통합계좌(휴면계좌)에 잠자고 있는 현금이 1백86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도 6백84개 종목에 걸쳐 약 1억주가 주인을 잃고 방치돼 있다.

이는 중앙일보가 지난 17~19일 대우증권 등 44개 증권사의 통합계좌들을 조사한 결과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은행 휴면계좌 실태를 발표한 적은 있지만, 증권사 통합계좌의 내역이 자세히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통합계좌의 뜻과 내역=통합계좌란 증권사가 6개월 이상 거래가 없는 고객계좌 가운데 잔고가 10만원 이하인 계좌들을 별도의 계좌로 옮겨 관리하는 계좌를 말한다. 각 증권사들이 이를 개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본지 조사 결과 지난 3일 현재 44개 증권사의 통합계좌에 들어 있는 현금은 모두 1백86억6천9백만원이었다.

대신증권이 3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LG.한화.동양.SK.삼성증권 등에도 10억원 이상씩 들어있었다.

또 44개 증권사의 통합계좌에는 모두 6백84개 종목에 걸쳐 9천9백62만여주의 주식이 들어 있었다.

이를 지난 18일 종가를 감안해 시가로 환산하면 59억3천2백만원 어치에 이른다.

종목별로는 한강기금의 시가총액 규모(10억9천만원 어치)가 가장 크고 LG전자.자원메디칼.삼양제넥스.하나은행.농심 등이 뒤를 이었다.

원칙적으로 통합계좌에는 부도 종목 외에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이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도 시가 60억원 어치의 주식이 남아있는 것은 주로 투자자들이 해당 주식의 유상증자 또는 주식배당 일정을 꼼꼼히 챙겨보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처분한 다음날이 무상증자 배정일이거나 주식배당을 받으면 주식이 계좌에 들어온다"며 "하지만 투자자는 주식이 새로 계좌에 들어왔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통합계좌에 들어있는 현금.주식 찾는 방법=주식거래를 많이 하는 고객들은 보통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갖고 있다. 설령 한 증권사 계좌에서 주식을 완전히 매각하고 현금을 찾았더라도 몇 개월후에 한번쯤 챙겨보는 것이 좋다.주식 매각 후에 유상증자 주식과 배당금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과 현금이 통합계좌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 신분증을 갖고 증권사 영업점을 찾으면 되돌려 받을 수 있다.

각 증권사들도 '잊혀진 주식 찾아주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교보증권은 인터넷정보제공사이트 넷터(http://www.netter.co.kr)와 제휴를 해 고객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통합계좌가 있는지를 알려준다.

신한증권은 내년 1월부터 통합계좌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휴면계좌 찾아주기 운동을 벌여 1억7천만원을 돌려줬다.

증권사들은 통합계좌에 주식과 현금이 들어온 뒤 4년 6개월이 지나면 임자가 없는 재산으로 간주하고 잡수익으로 잡는다.

임봉수.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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