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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성적 처리 속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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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국적인 수능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올해 대입 전형 일정에 차질을 빚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자 교육부가 "성적 발표 일정은 꼭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나섰다.

12월 14일로 예정된 수능 성적 발표가 늦어질 경우 각 대학의 수시 2학기 합격자 발표가 지연되는 등 연쇄적인 혼란이 벌어져 2005학년도 입시 일정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부정행위자 처리로 인한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성적 전산처리와 출력 등의 일정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기로 했다.

◆ 빡빡해진 채점 일정=광주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적발됐지만 11월 29일까지의 채점 일정에는 영향이 없었다. 올해 수능부터 새로 생긴 문제.정답 이의신청 기간이 끝난 29일에야 정답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능 부정행위 수사가 확대되면서 당초 30일부터 시작하려던 성적 전산처리 작업은 1주일 정도 미뤄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수백명의 부정행위자가 60만명에 달하는 전체 수험생의 표준점수.백분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지만 정확하게 하려면 무효로 처리할 사람이 확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12월 6일까지만 무효로 처리할 대상을 정하기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당초 1주일 예정이었던 성적 전산처리를 5일 내에, 역시 1주일 정도를 예상했던 성적표 출력.포장 등은 이틀 내에 끝내기로 했다. 단 하루의 휴무도 없이 짜인 빡빡한 일정이다.

◆ 대입일정 차질 없나=12월 14일 성적 발표는 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이다. 성적 발표 다음날인 15일부터 19일까지 각 대학들의 수시 2학기 합격자 발표가 줄을 잇고 20~21일에는 합격자 등록이 예정돼 있다. 22일부터는 정시 모집 '가'군 원서모집이 시작된다.

따라서 성적발표일이 하루만 늦어져도 혼선이 생긴다. 만일 1주일이 미뤄지면 수시 2학기, 정시, 전문대 모집 등 2005학년도 입시 일정이 모두 바뀌는 대혼란이 일어난다.

◆ 바뀐 수능제도 혼선 더 키워=올해 새로 바뀐 수능 제도가 입시부정 사태에 취약하다는 점도 새롭게 드러났다. 올해부터는 원점수가 아예 공개되지 않고 영역.과목별로 전체 응시자들의 평균.표준편차를 이용한 표준점수와 전체 수험생 중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주는 백분위만 공개한다. 올해 도입된 '선택형 수능'에서는 표준점수를 쓸 수밖에 없다. 문제는 표준점수를 내려면 모든 수험생의 성적이 다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원점수가 있을 경우 설사 부정행위자가 있더라도 나중에 그 점수만 무효로 하면 다른 수험생들에게는 영향이 없었다. 그러나 새 제도 아래서는 중간에 점수가 바뀌는 사람이 있을 경우 전체 수험생의 평균.표준편차에 영향을 줘 결과적으로 표준점수도 바뀐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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