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주 촌티 벗고 도약…신선한 브랜드에 품질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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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참','시원','새찬','천년의 아침','화이트','20'. 깨끗하고 순한 이름들이다. 마치 화장품 이름 같다. 그러나 아니다.

지방 소주회사들이 내놓은 소주 이름들이다. 지방 소주회사들이 촌티(?)를 말끔히 벗고 있다. 브랜드에서부터 새롭고 참한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다. 강하고 독한 소주 이미지를 벗고 있다.

'무학','대선','보배','보해','경월','금복주'.

과거 지방소주의 브랜드들이다.옛날에는 이랬다. 한자가 들어가 '의미심장'했고 대부분 회사이름을 브랜드로 택했다. 그러나 요즘은 우리말에서 새롭고 신선한 브랜드를 찾아낸다.

대구 금복주의 '참'은 진로의 '참이슬'보다 1년 먼저 나왔다. 상표만 그런 게 아니다. 품질도 엄청 좋아졌다.

"서울에서야 '참이슬'이니 '산'이니 하지만 지방 갔더니 아예 구경하기도 힘들더군요. 지방 술집, 음식점에는 지역 소주 밖에 없어요."

올해 영남본부장으로 발령받아 내려간 한 보험회사 임원의 말이다. "맛도 몰라보게 좋아져 서울에서 마시던 술과 다름없어요."

지방 소주들은 그 덕분에 지역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경영도 급속 개선 추세다. 탄탄한 지역상권을 기반으로 서울 시장을 넘보는 회사도 많다.

지방 소주회사들은 1976년부터 실시된 자도주 구입제도 덕분에 향토시장을 기반으로 안정된 경영을 해왔다. 자도주 구입제도는 지역 소주회사 제품을 50% 이상 구입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1992년 폐지됐다. 1996년 부활됐으나 그 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려 완전히 사라졌다.

지방 소주회사들은 그 영향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부닥치게 된다. 이 제도가 폐지되자마자 진로 등이 향토 시장을 급속 장악해 나갔기 때문이다. 금복주 관계자는 "말이 50%지 이 제도가 시행되던 때도 20~30% 장악에 불과했다"고 말한다. 제도라는 방패막이가 있었지만 소비자들이 좋은 술을 찾는데는 당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이 회사 저 회사가 서울의 주류회사에 넘어갔다. 회사를 팔려고 내놓아도 사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지역상권의 80~95%를 장악하고 있는 소주회사들이 많다. 대구 금복주와 부산의 대선주조,마산의 무학 등이 그렇다.

무엇보다도 품질을 향상시킨 신제품이 잘 팔리기 때문이다. 금복주는 1997년 말 신제품 '참'을 내놓았다. 진로의 '참이슬' 보다 먼저 나온 제품이다. 참은 발매와 더불어 히트를 쳐 지역상권을 완전 장악했다. 참은 전국 소주 시장에서 진로에 이어 2위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대선주조는 이보다 앞서 1996년 6월 '시원'을 내놓았다. 시원 역시 발매와 더불어 지역민의 사랑을 한껏 받게 된다.

시원은 지역 소주시장에서 86~9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마산의 무학은 '화이트 소주'를 새로 내놓고 지역상권을 공략 중이다. 이들 제품은 기존 소주와는 품질이 다르다.

아스파라긴.아르기닌 등을 넣어 숙취해소, 간 기능 강화 등 기능성을 강화했다.

광주의 보해양조는 '천년의 아침'을 출시 중이다.

지난 해부터 수도권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대전의 선양주조는 '새찬'을 내놓았다. 새찬은 은처리 여과공법으로 품질을 높였다. 지역 소주업체들은 지역의 특색있고 깨끗한 물을 사용, 특유의 맛을 내고 있다.

조용현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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