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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육도 통섭 학습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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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0만년은 몇 자릿수지?” 신선욱·최진영(왼쪽부터)군이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조경희소장과 통섭체험학습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 입시전형의 키워드 중 하나는 통합과 융합이다. 학계에서도 통섭(Consilience, 학문간의 통합)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분야를 조합해 자신의 시각으로 재창조할 때 창의적 인재로 평가되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창의적인 융합형 인재를 뽑겠다는 취지의 ‘다빈치’‘네오르네상스’ 같은 이름의 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속속 신설되는 것도 한 예다.

공룡연대표에서 분수개념 익혀요
“트리케라톱스 뿔의 길이요? 음…30센티미터!” 18일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신선욱·최진영(서울 광명북초 3)군이 전시장의 커다란 공룡뼈를 앞에 두고 길이를 어림하느라 여념없다. 공룡의 머리뼈에 달린 뿔의 길이가 얼만지 맞추는 중이다. 즉석에서 문제를 출제한 시매쓰수학연구소 조경희 소장은 “뿔의 길이는 60센티미터가 넘는다”며 “2학년 때 배웠던‘길이와 크기 짐작하기’ 단원의 기억을 되살려보라”고 말했다.

이날 체험학습의 목표는 ‘공룡의 시대를 수학적으로 바라보기’다. 아이들은 46억년의 지구 역사가 길게 이어진 연대표에서 사람이 탄생한 시기를 분수로 표현해보고 공룡의 크기를 어림하면서 길이에 대한 감각을 키웠다.
체험학습장은 통섭학습에 대한 감각을 키우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 중 하나다. 한 가지 현상을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분야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아이들의 호기심은 커진다.

조 소장은 “수백 마리의 나비 표본이 가득한 전시장을 그냥 쓱 훑고 지나가는 아이에게 ‘양쪽 날개가 대칭이 아닌 나비도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수많은 나비를 하나씩 꼼꼼하게 살펴본다”고 말했다. 나비 속에 수학적 대칭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미술시간에 그렸던 나비모양의 데칼코마니(한쪽 면에 뿌린물감을 대칭적으로 접어 표현하는 회화기법)도 연상한다. 생물과 수학, 미술이 아이의 머릿속에서 나비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는 셈이다.

주의할 점도 있다. 체험장에서의 질문은 아이가 스스로 연결 과목을 떠올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에듀모아 남소연 컨설턴트는 “부모가 무엇이 어떻게 연결됐다고 길게 설명한다면 아이는 오히려 지루해 하고 흥미를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초등학생의 통섭학습은 과목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학생들의 흥미를 끌어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도가 목표가 돼야한다”며 “스스로 한 가지 현상에서 다른 특징을 찾아낼 수 있도록 가르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로 이뤄진다면 아무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처음엔 마인드맵 방식으로 노트정리 시작
통섭학습법은 학과공부를 할 때도 바로 적용 할 수 있다. 초등 교육과정 자체가 같은 학년 내에서 유기적으로 지식이 연결되도록 구성 됐기 때문이다. 아이넷스쿨 초등사회 주혜령 강사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초등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살펴보면 다른 과목의 기초지식이 필요한 경우일 때가 많다”며 “이땐 해당 과목의 문제집만 풀기보다 해결의 열쇠가 되는 다른 과목의 이론을 학습하도록 유도하라”고 조언했다.

초등 4학년 사회 과목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1단원에는 축척의 개념이 등장한다. 축척을 나타내는 방법으로는 비례식(1:100,000)·분수식(1/100,000)·축척자의 3가지가 있다. 이 내용을 이해하고 계산하려면 4학년 수학 과목의 1단원 ‘큰 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초등 5학년 과학 과목의 ‘기온과 바람’ 단원에서 지형에 따른 온도 차이를 학습할 때도 같은 학년 사회 과목 내용인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징으로 인한 기후변화를 이해해야 심화문제까지 무리없이 풀 수 있다.

처음 통섭학습을 시작한다면 ‘마인드맵’방식으로 노트정리를 시작하는 것도 좋다. 마인드맵이란 특정 개념을 글자와 그림 등으로 표현해 개념간의 지도를 완성하는 정리방법이다. 스터디맵 김경미 원장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다른 과목이나 단원간의 연상결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며 “마인드맵은 이런 과목간 연상결합 능력을 키워준다”고 말했다.

중심 주제를 바탕으로 가지를 쳐 나가며 하위 개념을 정리한다. 거미줄처럼 생각의 가지를 뻗어나가다 보면 배웠던 다른 과목의 내용과 연결되는 부분을 자연히 연상하게 돼 다른 과목의 내용까지 가지를 이어 그릴 수 있게 된다.

[사진설명]지구의 자연환경을 미디어아트로 표현한 전시물.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사진 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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