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저축률 바닥 … 26년 만에 최저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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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우리나라 총저축률이 26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23일 기획재정부 및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저축률은 30%로 1983년 28.9% 이래 가장 낮았다. 총저축률은 총저축을 국민총처분 가능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총저축은 국민총처분 가능소득에서 민간·정부의 소비지출을 뺀 것이다. 총저축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기업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가계 건전성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1인당 국민소득 255달러였던 70년 17.4%였다가 80년 24.3% 등 20%대로 올라선 뒤 84년 30.9%로 30%대를 돌파했다. 88년에는 40.4%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98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2000년 33%, 2001년 31.1%, 2002년 30.5%로 급격히 하락했다. 이후 2003년 31.9%, 2004년 43.0%까지 올랐다가 2005년 32.1% 이후 5년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저금리로 고소득층은 저축보다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고, 중산층 이하에선 경제위기로 저축 여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6~2008년 개인저축률은 평균 4.8%로 20년 전인 86~90년의 16.9%에 비해 12.1%포인트나 낮아졌다. 개인의 소비가 소득보다 빨리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개인저축률이 크게 감소하는데도 총저축률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은 기업 저축률이 많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다만 총저축률 감소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국내 투자율은 25.8%로 외환위기 시절인 98년(25.2%) 이후 가장 낮았다.

하지만 선진국보다는 나은 편이다. 선진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수준일 때 총저축률이 20% 안팎에 그쳤다. 현재 30% 안팎인 우리나라가 오히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한국은행의 평가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였을 당시 총저축률은 미국 16.8%, 영국 16.1∼16.2%, 프랑스 20.3∼20.9%, 독일 23.3% 등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경제위기로 가처분 소득 증가율이 주춤하면서 총저축률도 떨어졌다”면서 “총저축률이 매년 감소하는 것은 경제 발전에 좋은 신호가 아니라서 저축률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의 유경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개인저축률 급락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도 현격한 수준이며 개인저축률의 하락 속도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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