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여성모임 '한가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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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소설가 김형경의 신작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는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전문직 여성들의 모임이 등장한다.

'오여사(오늘의 여성을 생각하는 사람들)'라는 이 모임에서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여러 주제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자연스레 친구가 된다.

소설 속 '오여사'와 같은 전문직 여성들의 모임은 사실 오래 전부터 현실에 존재해 왔다.

최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정기 모임을 가진 한국전문직여성클럽 연맹 소속의 모임 '한가람'도 그런 모임 중 하나다. 미술품 경매사, 통역사, 화장품 회사 홍보실장, TV 아나운서, 라디오 구성작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30.40대 여성 15명이 모인 이날, 대화의 주제는 '돈'이었다.

커리어 우먼으로 바쁘게 살다보니 '재테크'에는 주부들보다 오히려 뒤떨어지는 면이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회장인 인터콘티넨탈 호텔 홍보실장 한태숙(43)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모임에서 회원들은 돈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했다. 손님으로 초대된 금융전문가로부터 '돈 벌기'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

# 돈에 대한 각자의 생각

박술녀 한복연구실의 박술녀(44)원장="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20년 가까이 그저 한복 만드는 일에 전념한 결과 남부럽지 않은 사업을 꾸리게 됐어요.

이젠 사업을 키우기 보다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운영하려고 해요. 물론 여기저기 투자해서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무언가 해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껏 해왔듯 욕심내지 않고 착실히 돈을 모아가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미술품 경매사 박혜경(35)씨="직업상 부유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요. 하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미술품을 사는 건 아니더라구요.

가격에 상관없이 좋은 미술품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따로 있어요. 살아가는 데 돈도 중요 하지만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무언가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애드차이나 이사 최선(38)씨="직장에 다니다 어느 순간 내가 앞으로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까 계산해 봤었죠. 그랬더니 벌 수 있는 돈이 정말 얼마 안되더라구요. '이 직장에서 내가 행복한가'자문해 봤더니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나왔구요. 그래서 독립하게 됐어요. 지금 당장 큰 수익이 나고 있진 않지만 장래가 보인다고 생각해요."

클라란스 인스티튜트 매니저 김경희(35)씨="대학 졸업 후 프리랜서로 12년 동안 일했어요. 어느 날 결산을 해 보니 모은 돈이 별로 없더라구요. 그래서 돈에 대해 한 번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왜 내가 돈을 벌려고 했던가' 스스로에게 물어봤죠.

제가 내린 결론은 돈을 버는 목적이 돈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는 거였어요. 앞으로도 돈을 쫓기 보다는 제 꿈을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갈 것 같아요."

신호 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안정숙(42)씨="회사 생활을 10년 하다가 문득 회의가 들어 아무런 대책없이 그만뒀었죠.1년 후 시작한 사업이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저는 요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김현경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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