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구노력 없는 방송광고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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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도권 지역에 방송되는 대중음악 전문채널인 KBS-2FM이 최근 방송위원회 허가를 받아 내년 1월 1일부터 광고 방송을 시작한다고 한다.

또 문화관광부는 방송광고 총량제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지상파 방송 3사는 중간광고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방송사나 정부는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선 광고 수익을 늘이는 것밖에 없다는 태도다.

디지털 방송은 아날로그 방송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화면의 질이 좋아질 뿐 아니라 광고주.시청자 간에 의사소통도 하고,시청자가 프로그램 상에서 추가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는 쌍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첨단 기술이다. 따라서 '생활의 질'을 추구하는 시대적 요청을 감안할 때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디지털 전송망 설치.기자재 구입 등에 따른 2조3천여억원의 비용을 방송광고 확대로만 충당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광고의 확대는 결과적으로 청취율.시청률 경쟁을 불러와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또 방송광고를 프로그램별 10%에서 일일 방송시간의 10%로 규제한다는 광고 총량제 역시 황금 시간대의 광고를 늘리기 위한 방송사의 편의주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시청자단체의 지적이다.

이런 시청자들의 불만이 불보듯 뻔한데 방송사는 과연 디지털 방송을 위해 무슨 자구 노력을 보였던가. 수신료를 받는 KBS의 광고수입 의존도는 지금도 영국 BBC나 일본 NHK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다. 여기에 광고 채널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때문에 디지털 방송 재원의 확보를 위한 지상파 방송 3사의 자구책이 선행돼야 한다. 방만한 경영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보유 자산을 매각해 전환 자금을 충당해 가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 송신중계소 등 중복 투자의 여지를 없애는 데 방송 3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BBC가 전송망을 매각해 디지털 전환 자금을 마련한 사례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방송광고 확대는 다음 다음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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