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한에 민족의 이름으로 엄중히 책임을 묻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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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천안함을 폭침시키고 해군 전사 46명을 몰살한 가해자가 북한으로 확정됐다. 북한이 해외에 수출하려던 ‘CHT-02D’ 어뢰의 추진체가 천안함 침몰 현장 해저에서 발견돼 북한의 범행을 결정적으로 입증했다. 이 같은 결론에는 민·군 합동조사단에 참여한 미국·영국·호주·스웨덴·캐나다의 조사관들도 전면 동의했다. 이제 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을 난폭하게 유린하고 무도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 범죄자임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것이다. 북한 당국자에게 민족의 이름으로 엄중히 책임을 묻는다. 같은 동포, 같은 형제에게 언제까지 이처럼 비열한 짓을 되풀이할 것인가.

북한은 자신들의 악행을 시인하고 사과를 하거나 용서를 구하겠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듯하다. 조사단의 발표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이른바 국방위원회 성명을 내고 ‘전면전쟁(全面戰爭)’까지 언급하며 강도 높은 대남 협박에 나섰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의 태도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상습적인 공갈을 이번엔 결코 용납해선 안 된다. 성명은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이 공식 발표한 문건으로 도저히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저속한 낱말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감히 우리 혁명의 수뇌부까지 걸고 들면서”라고 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비난만은 참지 않겠다는 식이다. 신격화된 1인 독재국가의 본색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실패한 국가’ 북한의 비이성적 행태를 이번엔 기필코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막대한 경제적 도움을 줘가며 북한이 개과천선(改過遷善)하길 기다렸다. 그러나 이젠 그런 기대를 더 이상 갖기 어렵게 됐다. 우리의 자식·부모·형제를 살해하고도 모자라 전면전쟁을 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을 도저히 두고 볼 순 없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KAL기 폭파사건이나 아웅산 테러사건과도 다르다. 10년간의 햇볕정책, 포용정책이 저들을 순화(醇化)하기보다 우리를 얕잡아보게 만든 빌미가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의 대북정책이 강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들의 악행을 응징하지 않고 유야무야해선 제2, 제3의 천안함 사건을 막을 수 없다. 국민들의 단호한 안보결의와 군사적 대응태세로 저들이 다시는 우리를 넘볼 수 없도록 단단히 교훈을 줘야 한다. 최소한 용서를 구하며 다시는 악행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나설 때까지 저들을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교훈을 주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산적(山積)하다. 국제 사회가 일치된 목소리로 북한을 비난하도록 설득해야 하고 공동의 제재조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경제적 제재, 나아가 군사적 압박까지 모든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이 제재와 압박에 저항해 새롭게 도발하는 것을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들 말대로 전면전을 시도한다면 순식간에 궤멸(潰滅)될 수밖에 없음을 알도록 준비해야 한다. “6·25는 끝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 원로들의 경각심을 모두 되새겨야 한다. 국가를 지키는 성스러운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부도 국민도 새롭게 각오를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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