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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예산안 지각 처리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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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가 올해도 헌법을 어길 모양이다. 예산안의 헌법상 처리 시한(다음달 2일)이 다가오는데도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심사를 하기는커녕 상임위 예비 심사조차 끝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는 1996년 이래 대통령 선거가 있던 해를 제외하곤 계속 처리 시한을 넘겼다.

특히 올해는 그 정도가 심하다. 처리 시한 5일 전인 28일 현재 운영.정무.보건복지위에서 예비 심사를 끝내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이 안건을 사실상 단독처리해 파행 중이거나(운영.정무), 담배부담금 인상을 둘러싼 이견(복지위) 때문이다. 이들 상임위가 쉽사리 정상화될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상황을 업고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다. 정세균 예결위원장은 이날 "예년에는 11월 초나 중순 이전엔 심의에 착수했는데 올해는 대단히 늦다"며 실질 심사와 관련해 "심사에 일하는 기간만도 최소한 10일인 만큼 더 미루는 것은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민주노동당.민주당.자민련의 협조 하에 29일 예결위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김원기 국회의장에겐 "운영.정무.복지위에서의 예비심사 기간을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법은 소관 상임위가 지정기한을 넘길 경우 의장이 예산안을 곧바로 예결위에 회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물론 한나라당은 자신들을 배제한 예결위 소집 또는 의장의 직권상정을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신 한나라당은 여권이 부풀린 7조5000억원쯤을 삭감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예결위 내부 사정도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처럼 결산소위원장을 맡겠다는 입장. 열린우리당은 "지난해는 예외고 통상 예결위원장이 결산소위원장을 겸했다"고 거부한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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