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잘못 쓰기 쉬운 준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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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준말은 문장이 늘어지는 것을 막아 간결하고 힘찬 느낌을 전할 수 있다. 하지만 남용하면 글이 가벼워 보이는 단점도 있다. 또한 잘못 줄여 쓰는 경우도 가끔 보인다.

ㄱ. 그는 잘못했음에도 되려 큰소리를 쳤다.

ㄴ. 잇따른 불행은 외레 그를 성장시켰다.

ㄷ. 배추를 얼만큼 사야 할지 모르겠다.

ㄹ. 악당은 돈을 뺐은 후 그를 구타했다.

ㄱ과 ㄴ은 ‘도리어’와 ‘오히려’를 줄여 쓰려 한 것이다. 이들의 준말은 서로 헷갈리기 쉽다. ‘도리어’는 ‘되레’로, ‘오히려’는 ‘외려’로 줄이는 게 바르다. ‘도리어’ ‘오히려’의 ‘어’와 ‘려’가 준말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억하기 쉬울 것이다. ㄷ에는 ‘얼마만큼’의 준말이 필요하다. 이때 ‘얼만큼’이라고 쓰기 쉽지만 표준어는 ‘얼마큼’이라는 걸 알아두자. ㄹ의 ‘뺐은’은 자주 볼 수 있는 오류다. 과거를 나타내는 ‘았’ ‘었’과 관련이 있는 걸로 착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빼앗다’가 기본형이고 ‘빼앗+은’이 줄어든 형태가 돼야 하므로 ‘뺏은’으로 써야 한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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