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강한 19A균 백신 다음달 국내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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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기준 세계적으로 매년 160만 명이 사망하는 감염성 질환이 있다(세계보건기구). 이 중 5세 미만 소아가 100만 명을 차지한다.

이 질환의 정체는 ‘폐렴구균’이다. 폐렴구균은 귀에 염증(중이염)을 일으킨다. 하지만 균이 혈관으로 파고들면 생명도 앗아가는 뇌수막염·패혈증·폐렴으로 번진다.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폐렴구균 질환을 침습질환(IPD)라고 한다.

폐렴구균은 주로 호흡기와 손을 통해 감염된다. 소아의 20~30%가 폐렴구균에 감염되며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한다. 2세 미만의 영유아는 감염과 발병위험이 훨씬 높다.

현재까지 밝혀진 폐렴구균의 종류는 92가지. 이 중 시대별로 유행한 균의 종류는 차이가 있었다. 최근에는 ‘19A’라고 이름 붙여진 균이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프랑스 니스 아크로폴리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8회 유럽소아과감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도 19A가 화두였다. 이 자리에는 세계 각국의 소아감염 전문의 수백 명이 참석해 폐렴구균의 새로운 변화에 주목했다. 19A는 항생제 내성이 강해 우리나라처럼 항생제 사용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치료가 힘들다.

학회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2004년 기준 사망위험이 큰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을 앓는 5세 미만 환아 35%의 원인이 19A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20% 중반을 차지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은화 교수의 조사 결과를 보면 26%로 높았다.

학회에 참석한 한국소아감염병학회 이환종 회장(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30여 년 전부터 항생제를 많이 사용한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부터 19A에 따른 폐렴구균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소아감염의 세계 석학인 이스라엘 벤구리온 네게브대 소아감염질환과 론 다간 교수도 “19A는 한국·이스라엘·프랑스·스페인 등 항생제 사용량이 많은 나라에서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19A는 항생제 내성이 강한 균주이기 때문에 일단 발병하면 치료가 어렵다. 백신으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폐렴구균은 백신을 접종받으면 90% 이상 예방된다.그러나 최근까지 나온 폐렴구균백신은 19A를 제외한 7가지 균을 예방하는 7가 백신 단 한 가지뿐이다.

하지만 폐렴구균 예방에 파란불이 켜졌다. 최근 19A를 예방하는 새로운 13가 백신(프리베나13)이 개발돼 다음 달 국내에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백신은 세계 40여 개국에서 허가됐다.

폐렴구균백신은 생후 2·4·6·12~15개월에 각각 1회씩 총 4회 접종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기존에 7가 백신을 접종받은 만 2~5세 미만 소아에게 13가 백신의 1회 추가 접종을 권하고 있다. 19A 등 6개 균에 대한 면역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재 대한소아과학회에서도 이 같은 권고안 마련에 대해 논의 중이다.

니스=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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