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기업들의 사상 최대 투자가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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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대기업들의 사상 최대 투자 발표가 꼬리를 물고 있다. 2020년까지 삼성과 LG의 투자 계획은 각각 20조원이 넘는다. 주력 업종인 반도체·액정화면(LCD)에 집중 투자하면서 바이오·태양전지 등에도 본격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단순한 경기 사이클에 따른 투자를 넘어, 미래의 먹을거리 사업까지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설비투자의 대부분이 국내에 집중되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나라는 대기업들이 투자를 늘려야 중견·중소기업들이 연계 투자에 나서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들의 투자 확대는 성장잠재력 확충과 일자리 창출에도 가장 확실한 청신호라 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 환경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남유럽의 재정위기에다 중국의 긴축 조짐까지 겹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수출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불확실한 변수들 속에서 대기업들이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반도체와 LCD의 경우 해외 업체들의 ‘경쟁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을 만큼 투자 규모가 막대하다. 최근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뒤뚱거리는 반면, 미국의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선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산업판도의 지각변동에 살아남기 위해서도 신수종 사업 진출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사라질 수 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경고가 실감나게 다가온다.

우리 대기업들은 해외 경쟁업체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들이 10여 년 만에 모처럼 텃밭에서 벗어나 새로운 투지를 불사르고 있다. 우리 경제의 앞날을 위해서도 이번 도전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나라 전체가 힘을 합쳐 지원사격에 나설 필요가 있다. 안정된 노사관계와 수도권 규제완화,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등을 통해 대기업의 투자 마인드가 꺾이지 않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때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해 왔다. ‘투자하기 쉽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