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뛰는 직장인] 웃는 회사 내가 만들어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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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P는 3대 천재다.

착각의 천재, 망각의 천재, 수다의 천재.

그러다보니 맨날 해야할 일을 잊어 버리고 허둥대는 게 하루 일과. 특히 전화 메모를 하지 않아서 동료들에게 주는 피해가 심상치 않다. 중요한 연락을 받지 못해 업무상 불이익을 받은 동료가 이유있는 불평을 한다.

"제발 자기 머릴 믿지 말라구요! 남의 인간관계를 파탄 시키려고 작정하셨나? 나이가 기껏 30대 초반에 웬 건망증이 그리 심하시담…. 쯧쯧!"

"미, 미, 미, 미안해요…. 제가 스스로 고백하긴 좀 뭣하지만 치매암 3기 증세 같아요. 다음부턴 꼭 적어놓을께요오오".

모기 목소리로 기어 들어가는 건 그 순간 뿐, 똑같은 상황이 또다시 반복 재연된다.

"아니, 이거 범죄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왜 자꾸 재연하는 거지?"동료들도 이젠 지쳤다.

"그깟 메모 한 장 적어 놓기가 그리도 어렵나? 자기 머릴 터무니 없이 믿는 것도 민폐야, 민폐!"

그렇다. 직장생활을 잘 하기 위해선 자기를 믿지 말아야 한다. 절대 자기 머릴 과대 평가하지 말고 사소한 것도 적어 놓는 것이 기본. P는 또 전화하다가 얼굴을 울그락 불그락 잘하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외부사람이 전화를 걸어올 때 얼굴이 안보이니까 말투가 거친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특히 여자가 받으면 나이가 어리다고 지레짐작하고 말을 토막친다.

"김부장 있나?"

그럴 때마다 P는 머리 뚜껑이 열린다.

"아니, 자기가 날 언제 봤다고 반 말로 시작하지?"

그러나 매사에 P처럼 화부터 내고 살면 자기만 손해. 그럴 땐 오히려 바나나처럼 긴 말로 상대에게 응답해보자.

"지금 아니계시옵니다아!"

인간의 본성은 착하기 때문에 말을 토막낸 사람은 금세 잘못을 깨닫게 된다.

"어디 가셨는데…요!"

"아마도 거래처에 가신 줄로 사료되옵니다.누구시라고 말씀해주시면 제가 메모해서 전해 올리겠나이다…."

전화를 통해 두 사람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즐거워진다.

작은 생각의 차이, 사소한 행동의 차이가 직장생활을 다르게 만든다.

'투덜투덜'짜증내고 사느냐? '깔깔껄껄'웃고 사느냐? 그 선택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

최윤희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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