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노래 연주해 봤는데 한국적 느낌 살리기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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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건반에선 대자연이 꿈틀댄다. 세계적인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61·사진)은 건반을 두드려 자연에 말을 건다. 1972년 데뷔한 그는 그간 ‘오텀(Autumn)’ ‘디셈버(December)’ 등 주로 계절과 자연을 노래한 피아노 솔로 앨범을 내놨었다. 특히 ‘쌩스 기빙(Thanks giving)’이 담긴 앨범 ‘디셈버’는 한국에서만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뉴에이지 신드롬을 이끌기도 했다.

조지 윈스턴이 한국에 왔다. 16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고양(22일)·부산(23일)·대구(28일)·안양(30일) 등에서 내한 공연을 한다. 이번으로 꼬박 열 번째 방한이다. 연간 300일 가까이 투어를 다니는 그로선 유별난 한국 사랑이다. 하긴 앨범 ‘PLAINS(플레인스)’의 보너스 트랙에 ‘아리랑’을 수록했던 그다.

“한국만의 독특한 정서를 좋아해요. 한국 음악도 물론이고요.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나 양수경의 ‘당신은 어디 있나요’같은 노래를 좋아해 연주도 해봤는데 한국적인 느낌을 살리기가 어렵더라고요.”

그의 이름에선 잔잔한 멜로디가 흐르지만, 그의 시작은 록 음악에서 비롯됐다. 67년에 록밴드 ‘더 도어스(The Doors)’로부터 영감을 받아 오르간을 시작했고, 이후 피아노를 잡으면서 자신만의 멜로디를 구축했다.

“양손 연주가 좋아서 피아노를 택했어요. 혼자서도 다양한 사운드를 창조할 수 있어 매력적이죠.”

올 2월엔 4년 만에 신보 ‘러브 윌 컴(Love Will Come)’을 내놨다. 재즈 피아니스트 빈스 과랄디(1928~76)의 음악을 새롭게 해석한 헌정 음반이다. 자연의 섬세한 감성을 자극하던 전작과 달리 도회적인 느낌도 슬쩍 묻어나는 수작이다.

“제 음악은 포크·R&B·재즈 등 다양한 장르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다. 기본적으론 시골의 감성을 노래하는 ‘포크 피아노’라고 할 수 있죠.”

그는 ‘뉴에이지’란 틀에는 손사래를 치는 편이다. ‘아리랑’을 담아낼 정도로 온갖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음악적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영감을 받는 대로 다양한 연주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02-548-4480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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