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천안함 사태로 ‘전작권 전환’ 상황이 변경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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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최근 한·미관계는 몇년 전과 달리 탄탄하다. 최고 수준의 안보(安保)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 사이에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예외적인 사안이 있다. 바로 전시(戰時)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 문제를 둘러싼 양국 사이의 이견이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최근 양국 사이의 약속이어서 어쩔 수 없지만 ‘예정대로 전환하는 것이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과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전환 결정을 바꾸는 것은 한국에 이익이 아니라는 견해를 줄곧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이견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2012년 4월의 전작권 전환 시점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전작권 문제는 한·미관계의 핵심인 안보동맹의 성격을 결정 짓는 사안이다. 이처럼 중대한 사안이 결정된 시점은 양국 관계가 최악일 때였다. 한국엔 과도하게 진보적인 성격의 정부가, 미국엔 보수성이 특히 짙은 정부가 들어서 서로 경원과 의심을 감추지 않던 시기였다. 전작권 문제 논의가 우호적이고 정상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정의 앙금에 좌우된 측면이 없지 않다. 양국 정부가 허심탄회하게 모든 상황을 검토한 끝에 결론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미리 ‘전작권 전환’이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그에 맞춰 차후 진행과정을 끼워 맞추는 식으로 합의했었다. 결과적으로 결론 도출 과정이 부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비정상적 논의 과정의 결과를 계속 고수하고 있다. 이는 잘못이다. 양국 간 동맹 정신에도, 모처럼 회복한 양국 관계의 흐름에도 맞지 않다. 최소한 양국이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여러 가지 쟁점을 다시 검토하는 재론 과정이 필요하다. 똑같은 결론이 나오더라도 상황별 대응 능력과 전력 분석 등을 치밀하게 재점검하는 게 옳다. 특히 천안함 사태로 적의 도발 의지가 새삼 확인된 데 반해 한국군의 전력엔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변경도 재고(再考)의 요인이다. 미국 내 많은 전문가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미 정부가 경청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