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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남미에 브라질만 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 파라과이

인구가 4백22만여명에 불과한 파라과이지만 등록선수가 30만명에 이를 만큼 축구 저변이 넓다.

파라과이 축구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 '남미 속의 유럽축구'다. 개인기 위주의 단신 선수로 운영되는 일반적인 남미축구와는 달리 장신선수들의 높이와 조직력으로 승부를 건다.

이번까지 통산 여섯차례(1930,50,58,86,98년과 2002년) 본선에 진출했다. 특히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스페인·나이지리아·불가리아와 함께 '죽음의 조'라는 D조에 편성됐으나 스페인·불가리아와 비기고 나이지리아를 3-1로 물리쳐 16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킨 팀이다.

16강에서도 프랑스를 맞아 잘 싸웠지만 연장전에서 로랑 블랑에게 통한의 골든골을 내줘 패했다.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3위. 전형적인 3-5-2 전술을 구사하며 스리백인 셀소 아얄라-카를로스 가마라-프란시스코 아르체 삼각편대의 조직적인 플레이가 자랑이다.

파라과이 축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바로 '골 넣는 골키퍼'의 원조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다. 프리킥이나 페널티킥 기회가 오면 어김없이 그의 차지다.

이번 지역예선에서 모두 네골을 기록해 호세 사투르니노 카르도소(6골)·카를로스 파데레스(5골)에 이어 팀내 득점 3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전세계 골키퍼 가운데 유일하게 해트트릭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득점력만큼이나 수비능력도 뛰어나 지난 프랑스 월드컵 때 칠라베르트는 우승팀인 프랑스의 골키퍼 파비앙 바르테즈를 제치고 최우수 골키퍼에 선정되기도 했다.

공격라인에서 돋보이는 선수는 지난해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로케 산타 크루스다. 현재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 중인 크루스는 1m89㎝의 장신으로 몸싸움에 능하다.

이번 지역예선에서 세골을 기록 중이며 그가 공을 잡고 상대 골문을 향해 드리블해 들어갈 때마다 팬들이 외친 '달려라, 베이비(Go baby)'가 애칭이 됐다.

신준봉 기자

◆ 에콰도르

◆ 에콰도르

중국·세네갈과 함께 남미 북서쪽 작은 나라 에콰도르의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은 이번 예선에서 단연 백미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브라질을 비롯, 아르헨티나(3위)·콜롬비아(8위)·파라과이(13위)·우루과이(23위) 등이 버틴 막강한 나라들 틈바구니를 뚫고 38위의 에콰도르가 본선에 직행할 확률은 작아 보였다.

그러나 해발 2천~3천m대의 고지대에서 홈경기를 치르는 절대적인 이점과 프랑스 월드컵 때 콜롬비아 대표팀을 이끌었던 콜롬비아 출신 에르난 다리오 고메스 감독의 지도력을 적절히 조합,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냈다.

1925년 축구협회 창립, 26년 FIFA 가입 후 75년 만의 쾌거였다. 이제 에콰도르는 수시로 연기를 뿜어대는 화산들과 희귀 동.식물로 가득찬 갈라파고스 군도 등 특이한 자연경관 말고도 나라 소개에 월드컵 출전사를 추가할 수 있게 됐다.

에콰도르의 본선 직행은 철저한 홈경기 승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예선 성적으로 본 공격력·수비력은 시원찮다. 23골을 뽑아내 10개 나라 중 득점 4위고, 20골을 내줘 실점 6위다.

그러나 홈 아홉경기에서 6승2무1패로 절대 우세다. 지난 3월 해발 2천8백m의 고지대인 수도 키토에서 사상 처음으로 브라질을 1-0으로 잡으며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내친김에 파라과이도 홈에서 사상 처음으로 2-0으로 잡고 순위를 3위로 끌어올렸다.

고메스 감독에 대한 선수와 국민의 신임은 절대적이다. 고메스 감독이 지난 5월 다리에 총을 맞는 테러를 당한 후 신변 불안을 느껴 사퇴할 뜻을 내비치자 오거스틴 델가도·이반 카비에데스 등 핵심 주전들이 고메스 없는 대표팀을 보이콧하겠다고 나섰고, 시민 수천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고메스의 복귀를 요구했다.

전력의 핵심은 23골 중 아홉골을 독식한 델가도다. 브라질·파라과이와의 홈경기에서 에콰도르가 얻은 세골이 모두 그의 발끝에서 나왔다.

이탈리아 페루자, 스페인 셀타비고를 거쳐 발라돌리드에서 뛰는 카비에데스는 세 골을 뽑아 델가도와 함께 '쌍권총'으로 불린다. 33세의 노장 미드필더 알렉스 아귀나가가 팀 주장을 맡아 경기 완급을 조절한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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