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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파마머리’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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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준규(사진) 검찰총장은 12일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특강에서 정치권이 자신의 (자연산) 곱슬머리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내 머리를 놓고 별별 얘기를 다 한다”며 “요즘 세상은 인식 방법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자신이 인식하는 대로 사실을 받아들인다”며 “따라서 객관적인 사실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의 업무나 검찰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런 식”이라고도 했다.

김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날 아침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실력 배양을 하거나 자세 정립을 하려는 게 아니고 모양만 갖추고 있다. 검찰 간부가 파마를 했는지 여부가 신문에 나오고 하니 국민들이 얼마나 우습게 보겠느냐”고 말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등이 검찰의 실체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다는 의미를 헤어스타일에 비유한 것이다.

김 총장은 특히 정치권의 검찰 개혁안과 관련해 “(검찰의) 권한과 권력을 쪼개서 남을 주거나, 새 권력을 입히는 것은 답이 아니다. 국민이 검찰을 통제하고 견제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상설특검제 도입 등 ‘외부로부터의 개혁’에 사실상 반대한 것이다.

김 총장은 “검찰에 권한이 많다 보니 붙어먹는 사람도 많고 신뢰가 떨어진 게 사실이지만 견제는 권력의 원천인 국민에게서 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만큼 깨끗한 조직이 어디에 있느냐”면서 “검찰의 존재 가치는 바꿀 수 없는 것이고, 검찰이 권한을 점점 확대해왔는데 (다시) 거꾸로 갈 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대신 강력한 내부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검찰이 추한 모습으로 비쳐진 것이 안타깝고 국민의 기대가 무너진 것 같아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남아 있는 흔적이 있다면 싹 도려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총장의 이날 발언은 ‘검찰 개혁은 일단 자체 노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몇몇 대검 간부들에게 적벽대전을 예로 들며 “외부 비판을 강도 높은 자체 개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대검 관계자는 “김 총장은 ‘제갈공명이 빈 배를 띄워 화살 10만 개를 얻었다. 우리도 쏟아지는 화살을 피하지 말고 모두 맞아야 한다. 지금 당장은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검찰의 저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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