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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러시아 밀월시대?… 푸틴, 부시 취임후 첫 방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국과 러시아의 밀월시대가 열리는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미국 방문(12~15일.이하 현지시간)을 앞두고 대(對)테러전 이후 급속히 변하고 있는 양국관계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두 정상은 이미 세차례 회담을 가졌지만 상대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나라간 여러 난제에도 불구하고 '미.러 밀월'얘기까지 나오는 것은 9.11테러 이후 양국관계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상당기간 양국의 대립관계는 ▶대규모 스파이 맞추방 사건▶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추진▶러시아의 인권탄압 등 갈등요인으로 별로 달라지지 않았었다. 세차례의 정상회담으로 개선의 발판이 마련된 데 이어 터진 9.11테러는 양국관계의 변화를 촉진하는 결정적 전기가 됐다.

러시아는 미국의 대테러전을 지지했으며 우즈베키스탄 등 옛 소련의 영토를 미국이 전쟁 기지로 사용하는 것을 양해했다.

양국간의 우호적 상황변화는 푸틴의 방문일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푸틴은 13일 워싱턴 회담에 이어 14일 밤과 15일 아침을 텍사스 크로퍼드에 있는 부시의 개인목장에서 보내게 된다. 양국관계 개선에 유례 없는 기회가 도래했지만 미.러 밀월관계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러시아연구팀장인 실레스트 월렌더는 "9.11테러로 기회가 왔지만 기회가 실현되려면 MD,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관계 등 이전부터 있어온 과제가 풀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1972년 양국간에 체결된 ABM협정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 추진에 결정적 장애가 되고 있다.

그동안 협정 폐기(미국)와 고수(러시아)로 맞서던 두 나라는 협정을 유지하면서 MD체제 추진을 가능케 하는 절충적 묘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나토 가입이 아직은 요원하다고 본다. 하지만 러.나토 협력관계의 토대가 마련되기만 하면 테러대책, 러시아의 핵.생화학 무기 관리, 발칸반도 평화유지 같은 유럽의 고민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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