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생각
“스포츠 룩도 우아하게 소화해야 진정한 스타일 위너
시폰·오간자와 골드·진주 액세서리의 매치에 답이 있다”
스포츠룩과 시스루룩이 만나면? 럭셔리 스포티즘이된다. 오간자(결이 고운 망사) 같은 이질적인 소재와 액세서리가 변신 포인트다.
더구나 올해는 2월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6월 남아공 월드컵,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스포츠계의 메가 이벤트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에르메스가 들고 나온 테니스 외에도 럭비와 축구, 야구(알렉산더 왕), 캠핑(디스퀘어드2), 스카이다이빙과 스쿠버다이빙(구찌) 등 다양한 스포츠·레저 패션이 ‘짐 시크(Gym Chic) 룩’ 등의 이름으로 런웨이를 수놓은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이다.
이렇게 찾아온 스포티즘의 부활 앞에, 분홍색 트레이닝복 세트만 덜렁 꺼내 입는 건 ‘스타일 루저’를 자처하는 일. ‘나 운동복이야’ ‘지금 막 요가하고 왔어요’. 동네방네 광고하는 차림으로는 스포티즘 패션을 진정으로 체화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젊고 발랄해 보이는 건 트레이닝복의 태생적인 속성이지만, 여기에 ‘한 끗’을 더해야 한다.
올해의 스포츠 룩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치티치티 뱅뱅’의 이효리다. 그녀는 서른 살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귀엽고 섹시하며 쿨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의 손을 빌려 남다른 스타일링을 선보인 덕분이다. 하얀 별과 아디다스 고유의 세 줄 무늬가 새겨진 파란 트레이닝복에 은색 킬힐과 표범무늬 털조끼를 매치하는 식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는 남는다. 그런 차림으로 길거리에 나설 순 없기 때문이다.
일상 생활의 스포티즘에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포츠 요소로만 구성해선 곤란하다.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붉은악마’ 응원날이 아니라면, 번쩍번쩍하고 알록달록한 색상도 사무실에서 환영받기 어렵다. 흰색·회색·검은색·보라색 같은 차분한 색깔로도 스포티즘이 목표로 하는 건강미를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문제는 레이어링과 포인트 액세서리다.
모델 김은미·조가은(에스팀) 촬영협조 리복·아디다스 오리지널스 by 제레미스캇·라코스테·랄프로렌 블루라벨·숲·온앤온(의상·운동화), 카르텔 by 롯데 힐앤토트·바나나 리퍼블릭·아가타(액세서리) 소품 상패몰·글라소비타민워터
양말이나 운동화에 살구색·분홍색·노란색·초록색 같은 포인트 컬러를 쓰면 생동감을 줄 수 있다. 요즘엔 운동화는 물론 조리나 플랫슈즈 같은 여성스런 신발에도 니삭스(무릎 길이 양말)를 매치하는 것이 트렌드니 참고하라. 굵은 진주와 골드 액세서리는 스포츠 룩에서도 요긴하게 쓰인다. 공들여 차려 입은 것 같지 않으면서도 럭셔리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힐은, 모든 스타일 지옥에서 우리를 구원한다.
글=이진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TIP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이 주도하는 스포티즘 패션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함께 작업한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은 실용성과 유머감각으로 무장한 스포티즘 패션의 선구자다. ‘1박 2일’에서 이승기가 입고 나왔던 긴 꼬리(!)가 달린 표범무늬 후드 티셔츠처럼 ‘날것의 길거리 감각’을 살리는 재주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단순한 실용성뿐 아니라 섹시함을 강조하는 디자인에서도 이름을 얻고 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toxic’ 뮤직비디오 속 승무원 의상도 그의 작품이다. 3월 내한해 서울 청담동의 한 클럽에서 DJ 솜씨를 공개하는 등 패션 외의 분야에서도 다양한 끼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