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베스트셀러 집계 더 공정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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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의 최대 체인 서점인 반즈 앤 노블이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더 많은 신간이 놓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상한기준을 두기로 했다.1년이 지나면 아무리 잘 팔려도 목록에서 빼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와 체중조절법 안내서 『Body for Life』를 목록에서 제외했다. 베스트셀러에 적용되던 30%의 할인율도 다른 기획서 수준인 20%로 줄였다.

베스트셀러 목록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미국에서도 어떤 책이 일단 주요 서점이나 단체의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에 오르면 공격적인 광고와 할인에 힘입어 수십만 권 팔리던 책들의 판매량이 1년 사이에 수백만 권으로 급증하곤 한다.

특히 반즈 앤 노블은 지난 15년 간 이런 '빈익빈 부익부'를 주도해온 서점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에 대해 많은 출판인들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반면 장기 베스트셀러 작가나 저작권 대리인들은 서점측의 '작위성' 문제를 지적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일반 독자들에게 베스트셀러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만큼 화제가 되어 한번쯤 사보는 책'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언론사들이 출판면에 그 목록을 싣는 것은 시대적 흐름을 보여주는 정보로 유효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6월 일부 출판사들이 자사책 사재기를 통해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조작해 물의를 빚었을 때, 그 목록을 실어온 신문들도 원인 제공자 중 하나란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서점조합연합회(서련)가 10여개 대형서점매출을 공동집계한 것 등을 싣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출협측은 연말까지 대상서점을 1백곳으로 확대해보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2~3곳 줄었다.

최근 미국도서판매인연합은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북스캔의 도움으로 베스트셀러 집계 대상을 지금까지의 3백50여개 서점에서 3천개 회원사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전체 시장 점유율은 15%정도지만 '의심스런' 대량판매가 이뤄지는 대형 체인서점들은 포함돼 있지 않아 더 정확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세금 등의 문제 때문에 판매부수를 밝히기 꺼리는 서점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우리 출판계와 서점 관계자들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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