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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쇄신 특별기구] 최고위원도 두 동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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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1일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는 당정쇄신과 정치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기구 설치 문제를 놓고 찬반으로 나뉘어 격론을 벌였다.

한 참석자는 "차기 주자들간의 역학관계와 노선(路線)이 한꺼번에 드러난 자리 같았다"고 전했다.

선(先)당정쇄신을 주장하고 있는 김근태.정동영(鄭東泳).정대철(鄭大哲)최고위원은 특별기구 설치에 반대했다. 이들은 동교동계 핵심 실세들의 즉각 퇴진도 요구했다고 한다.

한광옥(韓光玉)대표가 특별기구 구성안을 내놓자 정동영 위원은 "기구가 없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냐"며 "중심적 권력질서에 있었던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발했다.

金위원은 "기구 구성은 정치적 결단에 대한 요구를 지연하고 회피하려는 것이다. 쇄신문제는 상반기부터 논의한 사항으로 책임질 사람은 이미 드러나 있다"고 했다.

정대철 위원도 "기구에 인적쇄신을 맡기겠다는 것은 신뢰를 못 얻는다"고 가세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한화갑(韓和甲)위원이 이견을 조정하려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쇄신파 쪽에 다소 기우는 듯했다"고 전했다.

韓위원은 "수년간 굳어온 당체제와 사조직 같은 당 시스템을 바꾸라는 얘기 아니냐"며 "특별기구가 안된다면 당 국가전략연구소에서 안을 만들어 대통령께 보고한 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을 드리자"고 주장했다.

반면 이인제(李仁濟).노무현 위원은 한광옥 대표와 함께 기구설치에 찬성했고 동교동계 퇴진 요구에도 반대입장을 보였다.

盧위원은 "민주화와 개혁을 위해 노력해온 동지들이 야당의 폭로공세로 도마에 올라있을 때 우리까지 짓밟는 것은 난감한 일"이라며 "특별기구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李위원도 "당정쇄신은 오래 전부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원인과 처방전은 나왔으니 일치단결해 고치면 된다"며 "그런 준비를 위해 당 4역회의에서 건의한 기구를 예정대로 구성해 준비하도록 하자"고 설득했다.

韓대표는 "당정을 쇄신하겠다. 하지만 당장 하라는 것이 현실성이 있느냐. 대표에게 힘을 몰아달라"고 호소했으나, 쇄신파는 "그동안 당 총재라는 우산 밑에서 책임질 사람이 적당히 눌러앉아 왔다"(정동영 위원),"신뢰할 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金위원)고 반박했다.

강민석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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