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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의 소리] '미아찾기 시스템' 실효 거두려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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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 전 '개구리 소년'의 아버지 중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접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할 만큼 긴 세월이지만 그 세월 동안 한결같이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왔을 그 분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렸다. 아마 그 분은 마지막 순간에도 차마 눈을 감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를 잃어버린 가정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가늠하기 어렵다. 나 역시 그랬었다, 2000년 4월 4일이 오기 전엔. 서울 중랑구 망우1동 집 근처에서 놀던 딸 준원(당시 6세)이가 사라져버린 그 날 이후 생업도 포기하고 전국을 찾아 헤매고 있지만 무심한 세월만 흐를 뿐 아무 소식이 없다.

그래도 우리 가정은 나은 편이다. 자녀들의 실종으로 집안이 풍비박산 되고 그 여파로 부부가 이혼까지 해 가정 자체가 무너진 사례가 매우 많다. 더욱 끔찍한 것은 오늘 이순간에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잃어버린 아이 때문에 가슴이 찢긴 부모들이 한 데 모여 서로 위로하며 아이를 찾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논의하고 정부나 사회에 호소도 해보지만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고 있다.

나 역시 1년 반이 넘게 '아이 찾아 삼만리'를 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무인가 시설이 널려 있는데다 시설의 문턱도 너무 높아 개인으로서는 역부족임을 절감하고 있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것을 언제까지 당사자의 몫으로만 남겨둘 것인지 원망스럽기조차 하다.

자녀를 안심하고 키울 수 없는 사회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란 없다. 미아를 방지하고 미아가 발생하면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야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 일터에서 제 일에 충실할 수 있고, 이런 결과로 사회가 발전할 게 아닌가.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열악하다.

현재 보건복지부 산하 복지재단 어린이 찾아주기 종합센터가 있지만 담당업무가 어린이 찾기에서 남북 이산가족 찾기까지 너무 넓고 수사권도 없다.

관련 기관이나 조직에 대한 실태조사도 미흡하다. 앵벌이, 국내외 인신 밀매, 장기밀매 등 아이들과 관련 있음직한 범죄조직은 물론 전국 보육시설 및 비인가시설에 대한 실태파악이 시급하다. 검.경은 복지재단의 어린이찾아주기 종합센터와 실종아이 신상정보를 공유해야 하며, 보건복지부는 실종아이 부모가 보육시설에 수용돼 있는 아이들의 투명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시설에 대한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

특히 해외입양의 경우 비밀스럽게 처리돼 개인자격으로는 전혀 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

아이들은 모습이 쉬 변해 외모나 특징만으로 찾기엔 한계가 있다. 각 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는 연고 없는 아이들의 DNA 검사자료를 갖추고, 매일 단 1분이라도 미아.실종가족 찾기 정규방송을 한다면 그 효과는 클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통령께 원한다. 순간의 잘못으로 아이를 데려갔으나 법이 두려워 어쩌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이를 가정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한시적이나마 면죄부를 내려주십시오!

최용진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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