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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육다운 교육을 위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현직 교사와 예비교사들이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발하면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할 예정이다. 전교조는 지난달 10일의 조퇴 투쟁과 27일의 연가 투쟁에 이어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주된 이유는 교원성과급의 차등지급 때문이다.

***불신만 키운 교원 성과급

한국교총도 오는 10일 오후 여의도 광장에서 주로 교원정년 환원을 위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교육대학생들은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로 임용하는 것에 반대해 무기한 동맹휴업을 하고 있으며, 임용고사도 거부하겠다고 한다. 교육현장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러한 사태가 초래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보다 정부가 뚜렷한 철학과 비전도 없이 임기응변적인 땜질식 정책을 시행해 온 데 있다.

교원성과급 지급 문제만 하더라도 교육인적자원부는 다른 공무원들과 똑같이 근무평가에 의해 차등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려 했으나 전교조가 반발하자 기준도 바꾸고 차등폭도 대폭 줄였다.

최근에는 내년에는 수당의 형태로 모든 교사들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뚜렷한 명분도, 일관성도, 소신도 없는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교육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교원의 정년 단축도 정권 초기에 나이 든 교원들의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켜가면서 한꺼번에 너무 무리하게 추진되었다.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로 임용하겠다는 것도 임기응변적이다. 초등교사는 해방 이후 이제까지 항상 넘치거나 모자랐다. 그때마다 정부는 땜질식 정책으로 대응해 왔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한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교육정책인지 알 수 없다. 교육정책을 단순히 정권을 유지하고 재창출하기 위한 수단쯤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교육정책의 초점은 정권이 아닌 장기적인 국가의 발전과 학생에 맞춰져야 한다.

정권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교원들이 반대하더라도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국가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면 그 정책을 실천에 옮겨야만 한다.

더욱이 현재와 같은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과거의 농경사회나 공업사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교육이 국가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영국.일본 등이 서로 앞을 다투어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교육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초점을 잃어버린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선생님들도 대규모 집회와 투쟁이 과연 학생들의 교육과 국가의 발전과 번영을 위한 것인지를 신중히 생각해야만 한다. 성과급 지급, 정년단축 환원, 중.초등교사 임용 등의 정책은 임기응변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경찰직.세무직.일반직 공무원과는 다른 교육공무원의 특수성을 부분적으로 인정할 수는 있지만 교직만이 유독 성과급을 지급할 만한 아무런 기준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적다. 또한 일단 단축한 교원정년을 환원하는 것도 이미 퇴직한 교원들과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의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

***勢 불리기로는 해결 안돼

나아가 교대 출신 초등교원의 전문성을 인정하더라도 부족한 농어촌 지역의 교사들을 충원하고, 모처럼 범 부처간에 합의한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를 충원하는 것이 그토록 초등교육을 파탄으로 이끌어가는 정책인가?

다시 한번 농촌지역의 초등학교 학생들과 국가 장래를 내다보면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도외시한 채 교사집단이 계속해 투쟁과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다면 일반 국민과 학부모들에게는 학생들의 교육은 뒷전으로 미룬 채 교사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위해 투쟁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교원단체의 경쟁적인 대규모 집회는 서로간에 세 불리기를 위한 싸움으로 보여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학생들의 교육과 국가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선생님들은 자신의 주장을 양보하고 타협하는 대승적 자세를 보여주어야만 한다. 이러한 자세야말로 참교육, 교육다운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鄭鎭坤(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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